청와대가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5·18이 성역이 됐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2019년 10월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사안이 매우 엄중한 까닭에 이병태 부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했다"며 "현재 이 부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부위원장은 논란이 된 글을 삭제한 데 이어 페이스북 계정도 비활성화한 채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 경고 이틀 만에 사퇴 권고까지 꺼내 든 만큼, 이 부위원장이 결국 자진 사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위원장이 물러날 경우 논란은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다만 청와대의 빠른 대응과 별개로, 대통령 직속 기구의 총리급 인사에게서 5·18 역사 인식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인사 실패라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합·실용 인사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역사 인식은 더 엄격하게 따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앞서 이 부위원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배재고가 광주제일고와 벌인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징계 처분을 받은 일을 두고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 "북한의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은 삭제했다.
그러나 이 부위원장은 4일 오전에도 페이스북에 추가 글을 올려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부적절했다면 비판하면 된다. 그 비판도 표현의 자유다. 하지만 발언을 근거로 '처벌'은 기본권의 부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되어야 한다. 그게 기본권"이라고 썼다.
청와대는 같은 날 공개 경고에 나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부위원장은 청와대 경고 이후에도 기존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념을 지키는 비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영국 정치가 토마스 모어의 일화를 언급했다. 헨리 8세에게 처형당한 토마스 모어가 "지조 있는 유언을 남겼다"는 취지였다. 이 글 역시 이후 삭제됐다.
결국 청와대는 첫 공개 경고 이틀 만에 이 부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경고에도 이 부위원장이 물러서지 않자, 단순 경고를 넘어 사퇴 권고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병태 부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통합·실용 인사 기조에 따라 올해 3월 총리급인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위촉됐다. 카이스트 명예교수 출신인 그는 카이스트 경영대 학장,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등을 지낸 경영학자로,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경제 정책을 맡았던 보수 성향 인사다. 사퇴할 경우 4월15일 위촉장 수여 이후 82일 만에 물러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