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의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자회사로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등은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 침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비해 관행으로 추진되어 온 측면이 있었다.
모회사 이사회와 지배주주는 자회사 상장이 자회사 이사회 결정 사항이라는 이유로 모회사 일반 주주 보호를 위한 별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상장 규정 역시 분할 후 중복상장에 대해서만 추상적 심사기준을 두고 다른 방식의 상장에는 일반 기준만을 적용해 왔다.
앞으로는 모회사 일반 주주의 권익을 고려하지 않는 비대칭 중복상장이 시장에서 엄격하게 금지된다. 모회사 이사회에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기반으로 한 5대 의무를 부여하고, 중복상장 맞춤형 특례 심사기준을 도입하는 구조다.
금융위원회가 모회사 자회사 '쪼개기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7일부터 '중복상장 원칙금지'의 세부 기준을 담은 한국거래소 규정 및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식 의견 수렴을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상장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인 비상장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이 규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외부감사법상 종속회사 및 공정거래법상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가 대상이다.
모회사 이사회는 주주 충실 의무를 바탕으로 한 5대 의무를 지게 된다.
먼저 모회사 이사회는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주주와 소통해 의사를 확인하고, 이사회 찬반 결의를 거쳐 결과를 자회사에 통보하며 의무 이행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또한 공정한 의무 이행을 위해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독립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전 심의와 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경우에도 동일한 의무가 부과된다.
거래소의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도 대폭 강화된다. 자회사의 영업과 경영이 모회사로부터 독립성을 갖춰야 하며,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 이행과 찬성 결의를 전제로 일반 주주 보호 노력 여부를 심사한다.
주주 보호 노력의 충분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주주들의 동의다.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에 준하는 이른바 3% 룰을 적용해 3% 초과 의결권을 제한하고 참석 지분의 과반 및 전체 의결권 대비 4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 비중이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이행했다면 주주 동의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번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안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제정안은 14일까지 예고기간을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