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의 5·18 관련 발언을 두고 청와대가 공개 경고까지 보냈지만 이 위원장은 거듭 5·18을 폄훼하는 듯한 말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의 중도 확장 정책에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진영의 핵심 가치를 부정한 인물에게 중요 직책을 맡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4월15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5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논란을 두고 청와대의 공개 경고조차 무시하고 문제적 발언을 이어감에 따라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이 부위원장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가로 글을 올려 "부적절했다면 비판하면 된다. 그 비판도 표현의 자유"라며 "하지만 발언을 근거로 '처벌'은 기본권의 부인"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이전 발언을 두고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 처벌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기본권 침해'라 반격한 것이다. 5·18 폄훼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라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그는 이날 글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되어야 한다"며 표현이 자유를 '무기'로 내세웠다.
일찍이 이 부위원장은 2일 SNS에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해 "5·18이 성역이 됐다"며 이를 "북한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병태 부위원장이 '5·18은 성역입니까' 묻는다. 답해드린다. 네, 맞다. 민주주의의 성역이다"라며 이 부위원장을 직격했다.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4일 이 부위원장에 대해 공개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 부위원장이 개인적 의견을 SNS에 게시한 것은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어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공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부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재차 5·18 폄훼로 비칠 태도를 이어간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카이스트 명예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경제 정책을 맡았던 우파 성향 인사다. 그는 이 대통령의 통합과 실용 인사 기조에 따라 지난 3월 총리급인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대규모 지역 투자 사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이행 여부가 검증되거나 검증하려는 시도도 없었다"고 비판하는 등 연일 정부 정책에 각을 세워 왔다.
하지만 이번 5·18 관련 발언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핵심 가치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기존 비판과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18 폄훼'는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강경한 기류가 진보진영에는 자리잡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보수진영 인사까지 끌어안으며 추진해 온 중도확장 정책이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5·18 폄훼를 용인한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조차 용인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이재명 정부의 정치를 기초를 허무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