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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결혼했던 한 부부가 갈라서기로 결심했습니다. 법원 조정실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냉정한 얼굴로 재산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아파트는 팔아서 반씩 나누고, 자동차는 남편이 가져가는 대신 아내에게 정산금을 주기로 합의했습니다. 혼수로 해온 명품 가방이나 가전제품도 큰 잡음 없이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승변의 법률 처방전] 몸만 나가고 강아지는 두고 나가 : 이혼·파혼 시 반려동물 양육권 전쟁
이혼 또는 파혼 과정에서 반려견의 양육권 문제는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이미지.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나는 듯했던 그 순간, 조정실의 공기가 얼어붙습니다. 마지막 남은 하나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연애 시절 유기견 보호소에서 함께 입양해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다섯 살짜리 몰티즈, 흰둥이였습니다.

남편은 본인이 주로 사료를 사고 동물병원에 데려갔으니 당연히 자기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내는 매일 산책을 시키고 퇴근 후 곁을 지킨 것은 자신이라며 흰둥이 없이는 절대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버틴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이제 강아지와 고양이는 단순한 가축이나 애완동물이 아닙니다. 아이가 없는 부부나 연인들에게는 말 그대로 자식과 다름없는 가족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결별할 때 벌어지는 반려동물 확보 전쟁은 친권이나 양육권 분쟁만큼이나 치열합니다.

 

가족이라 부르지만 법적으로는 물건과 다름없는 현실

아이러니하게도 법정에 서는 순간, 흰둥이를 자식으로 여겼던 부부의 마음은 법의 냉정함에 부딪히게 됩니다. 현행 민법상 동물은 인격권이 없는 물건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즉,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반려동물은 거실에 놓인 TV나 냉장고, 자동차와 다를 바 없는 분할 대상 재산에 불과합니다.

이 냉정한 법적 정의 때문에 법정에서는 웃지 못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집니다. 인간 자녀의 친권이나 양육권을 다툴 때처럼 아이의 복리나 정서적 유대감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물건의 소유권이 본질적으로 누구에게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공방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소유권을 주장하는 측은 내가 내 돈으로 분양비를 결제했고 구청에 내 명의로 동물등록 칩을 심었으니 내 재산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정서적 유대를 주장하는 측은 상대방은 돈만 냈지 매일 밥을 주고 산책을 시킨 것은 자기라며, 강아지가 누구를 더 잘 따르는지 판사님이 직접 확인해 달라고 눈물로 요청합니다.

자식을 빼앗겼다는 분노와 내 물건을 도둑맞았다는 법적 권리가 거칠게 뒤엉키면서, 한때 가장 따뜻했던 가족의 공간은 서로를 향해 공격하는 전장으로 변하게 됩니다.

 

법정 속 난감한 저울과 법원의 고민

사실 이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님들도 무척 난감하고 깊은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법적으로 애완동물은 재산적 가치를 지닌 물건인데, 이 살아있는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한 명에게 소유권을 전적으로 인정해 버리면 다른 한 명에게는 애완동물에게 느끼던 감정과 수년간 쌓아온 유대를 한순간에 단절시켜 버려야 하니까요.

이러한 비극과 법적 한계 때문에 최근 해외 법조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지위를 단순한 물건에서 가족과 같은 위치로 끌어올리려는 법안과 시도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추세입니다.

결별 시 동물을 물건처럼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복리와 행복, 그리고 주 양육자와의 유대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양육 환경을 결정하도록 법 제도를 정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공동 양육을 인정하거나, 한쪽이 주 양육자가 되더라도 다른 한쪽에게 정기적인 면접교섭권을 보장하는 전향적인 판결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대한민국의 법정에서는 이러한 공동 양육이나 면접교섭을 판결문으로 강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법을 넘어선 합의

재판이라는 차가운 칼날로 소유권을 무 자르듯 자르기 전에, 당사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현실적인 조언이 있습니다. 

법이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본다고 해서, 우리까지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판사님의 일방적인 판결 대신 당사자 간의 조정과 합의를 통해 법의 사각지대를 메워야 합니다.

법원의 판결문에는 동물의 면접교섭을 명시할 수 없지만, 부부가 서로 양보하여 작성하는 조정조서나 합의서에는 한 달에 몇 번, 어떤 방식으로 반려견을 만날 것인지 조항으로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매달 사료비나 정기 검진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 합의서에 명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의 위약벌 조항을 넣어둔다면, 판결로는 얻을 수 없는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한때 가족이었던 존재를 두고 법정에서 소유권을 다투는 비극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갈라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을 향한 분노보다 오직 나만 바라보고 있는 반려동물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승소라는 명분 뒤에 남겨질 반려동물의 상처를 먼저 헤아릴 줄 아는 현명함이, 이 냉정한 소송전에서 나의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진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글쓴이 김승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선인 파트너 변호사다. 한양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거제시에서 행정법률 자문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소송 현장을 누비며 법적 문제를 해결해 왔다. ‘승변’은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뜻에서 그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복잡한 법전 속에 갇힌 법률 상식이 아니라, 당장 내 삶을 지켜주는 유용한 생활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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