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경영 및 내부통제 기능의 보고 대상을 기존 경영진에서 이사회로 격상했지만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게 할 이사회의 전문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가 3월24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속가능성보고서에 처음으로 담합 이슈 명시하고 이사회로 보고체계 격상
7월5일 CJ제일제당의 신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해보면 담합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7월1일자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주목할 대목은 CJ제일제당이 최근 불거진 담합 이슈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연간 성과를 정리하는 보고서의 성격상 2026년 발생한 사건에 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2026년 담합으로 부과받은 행정처분 이슈와 재발방지 대책을 명시한 것은 시스템 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담합 사건으로 2026년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차원에서 준법경영 및 내부통제 기능의 보고 대상을 기존 경영진에서 이사회로 격상해 보고체계를 재정비했다고 강조했다. 책임경영의 무게를 더한 것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이사회 산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국내외 컴플라이언스 실행 계획 승인, 준법통제 관련 주요 활동 유효성 평가 및 개선사항 이행결과 점검 등 준법경영 관련 안건을 주기적으로 심의·의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2025년부터 공정거래 분야에 관한 정기 교육을 확대하고 경쟁사 접촉 때 보고체계를 구축하는 등 담합 재발방지를 위한 조직문화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는 3월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번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고 회사 시스템과 문화를 밑바닥부터 다시 세우겠다"며 "강도 높은 재발방지책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사회의 소비자 보호 전문성과 독립성은 지켜봐야 한다
CJ제일제당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강조하면서 담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재발방지 프로세스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 의문의 시선이 나온다.
먼저 담합 관련 이슈의 보고체계를 이사회로 격상했지만 현재 이사회 구성이 변화를 실행할 만한 전문성이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기준 CJ제일제당 이사회는 손경식 회장과 윤석환 대표이사, 이형준 M&A·포트폴리오장 등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다.
CJ제일제당의 사외이사 4인은 김용덕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재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김혜영 전 EY 파트너 등이다.
다만 이들은 전문성은 법학, 행정·정책, 조세·관세, 회계·재무로 파악된다. 주요 경력은 대법관, 농촌진흥청장, 관세청장, 미국 회계법인 파트너다.
반면 CJ제일제당과 동일한 전분당 담합 이슈로 기소된 대상은 2026년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사외이사인 최무진 전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을 선임했다. 최 사외이사는 20여 년 동안 공정위에 재직하며 카르텔 조사부터 소비자 정책, 기업 거래 정책까지 공정거래 행정의 실무와 정책 전반을 담당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또 이사회에서 준법경영 문제를 다루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윤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뿐 아니라 우려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여겨진다.
대표이사가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경영 활동의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책임 경영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다만 대표이사의 존재는 사외이사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축시켜 이사회의 독립적 견제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 국민연금의 지분 확대, 강화한 외부 감시망
CJ제일제당이 담합 등의 재발방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외부 감시망'이 강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CJ제일제당 지분을 7.81%에서 8.14%로 확대했다. 지분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던 흐름을 깨고 다시 비중을 늘린 것이다. 특히 지분 확대와 동시에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단순투자 단계에서는 의결권과 신주인수권 등 단독주주권 행사에 그치지만 일반투자는 이사 및 감사 선임·해임 제안, 정관 변경 요구 등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적극적 주주활동이 가능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를 강화하는 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외부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진 셈이다.
한국ESG기준원은 6월8일 공개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에 지속가능성 요소를 반영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은 단순히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기업 경영 전반을 점검하고 주주제안이나 소송 등 적극적 활동을 포괄한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