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지 못한 것을 두고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에 '정치보복'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마치 '당연히 챙겨 받아야 할 자리'로 여기는 이 의원의 인식과 독선적 태도를 향해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그는 최근 자신을 비판하는 민주당 지지자를 향해 스스로 탈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쫓아내볼테면 쫓아내보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3일 페이스북에서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상임위원장 최종 명단에 내가 빠져있었고, (원내지도부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기준이 뭐냐고 물었지만, 답은 없었다. 정치보복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원장을 한 번도 안 한 나를 쏙 빼고 상임위원장 나눠 먹기를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세상에 이런 비합리적인 조직이 어딨나"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주장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오만하다'는 비판적 시선이 나온다. 무엇보다 후반기 원 구성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한 민주당 3선 의원은 이 의원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글을 통해 상임위원장 배분 기준으로 3선 이상, 한 번씩, 전문성 고려, 여성 배려 등을 언급했는데 이 기준을 적용해도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한 민주당의 다른 의원이 존재한다. 다른 의원은 이 의원처럼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당 지도브를 향해 '정치 보복'을 운운하지도 않았다.
민주당 지지층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는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당연히 챙겨 받아야 할 보상처럼 여기는 이 의원의 인식에 비판적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지지자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를 스스로 '인증'한 것이 아니냐는 반등도 나왔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지지자에게 보냈다고 추정되는 문자. ⓒ유튜브 정치읽어주는 여자 갈무리
실제 최근 유튜브와 커뮤니티에서는 이 의원이 지지자에게 보냈다는 문자가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에는 "메가프로젝트는 정쟁으로 날샜고 반호남 프레임 강화로 총선 폭망 예상"이라며 "상반기 (상임위원장) 양보했는데 정치보복으로 배제. 자칭 친명(친이재명)들 지켜주지 않음. 친청(친정청래)·친문(친문재인) 운동권 카르텔 나눠먹기 심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자를 나눈 사실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폭로가 있었음에도 이 의원 측에서 별다른 반박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 의원은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지 못한 상황에 대해 "두 번 탈당하면 된다"는 취지의 냉소를 보낸 지지자의 글을 공유한 뒤 민주당을 자신이 생각하는 합리적 정당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뭐 그렇다고 또 다시 탈당 같은 건 안 한다. 쫓아내려면 쫓아내라. 내 발로는 안 나갈 테니. 돌아올 땐 각오하고 돌아왔다"라며 "이 당을 반드시 바꾸겠다고. 나같이 극단적 이념 싫어하는 비운동권 X세대나 2030 세대도 좋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당으로 바꾸겠다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민주당에서 중도보수를 대변하는 뉴이재명 대표주자 아닌가"라며 "조국 사태 당시의 삭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내로남불과 위선의 상징 조국의 강을 건너자고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내 말이 맞았다며 함께 한다는 깨어있는 당원들도 많다는데 큰 위안과 희망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적을 수차례 변경해 온 이 의원의 과거 행적을 고려하면 '중도보수'와 '뉴 이재명 대표주자'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이 의원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안철수 신당(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쳐 보수 진영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진영을 넘나들며 편의에 따라 이념적 정체성을 바꿨던 이 의원이 이제 와서 "중도보수를 대변한다"거나 "민주당을 합리적 정당으로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에 복당하고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았음에도 원하는 자리(상임위원장)를 얻지 못하자 즉각 "정치보복", "운동권 카르텔"이라며 친정집에 칼을 겨누는 모습은 그가 지금까지 꾸준히 보여온 '불복과 탈당'의 정치를 연상케 한다. 과거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마다 거침없는 불복과 폭로, 탈당을 반복해 온 이 의원의 이력과 맞물려 이번 불만도 민주당 지지층의 많은 지지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