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논란으로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배재고 야구부가 오는 6일 월요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에 나선다.
교직원과 지도자, 야구부 선수 등 약 80명이 함께 방문해 직접 사과하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계획도 밝히면서, 이번 사태가 갈등 확산을 넘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5년 5월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의 문재학 열사 묘에 소설책 '소년이 온다'가 놓여 있다. 문 열사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연합뉴스
배재고 측이 5·18민주묘지를 찾는다면 문재학 열사를 만날 수도 있겠다. 문 열사는 광주상업고등학교 1학년 재학중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 총탄에 산화했다. 지금 배제고 야구 선수들 보다 어린 나이였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간다'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앞서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배재고 교직원과 야구부 학생, 학부모는 이날 광주제일고를 찾아 직접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광주제일고는 "현재 우리 학생들이 사과를 받아들일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날 방문은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광주일고가 사과를 거부한다'는 식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이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2일 인스타그램에 "광주제일고 학생선수와 시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일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정근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에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비판적 반응을 쏟아냈다. "피해자들에게 사과 받기를 강요하지 마세요", "왜 가해자랑 피해자를 같이 교육시키려고 하세요?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공간에 둔다는 발상을 하게 되신 이유가 있으세요?", "배재고 살리기 퍼포먼스에 광주일고 학생들을 들러리 세우는 건 무슨 2차 가해입니까", "사과는 받는 사람 마음이지, 피해자들이 사과 안 받아주면 이상한 사람 되는 구도 조성하고 계시잖아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사과는 받는 사람의 몫이라는 말이 있다.
김동연 배재학당총동창회 39대 회장이 3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스타벅스 응원 논란과 관련해 배재고 학생들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6월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 도중, 배재고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응원 구호가 나왔다. 해당 표현은 지역 차별 및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한 혐오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이에 협회는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에 6개월간 전국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또 징계 기간 중 조롱성 응원을 주도한 선수와 이를 방관한 지도자에 대해서도 공정위를 다시 열어 추가 개인 징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자 배재학당총동창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내려진 중징계가 과도하다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동연 제39대 배재학당총동창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1층 로비를 찾아 협회 우편함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이 취임 첫날인 1일 오후 광주제일고등학교를 방문해 최근 전국대회 경기에서 상대 팀인 배재고 선수단의 지역 비하성 응원으로 상처를 입은 야구부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고는 사건 직후 야구부 훈련을 중단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권·윤리 교육을 실시했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6월30일 학교 명의 사과문과 2일 총동창회 명의 사과문이 게시됐으며, 해당 구호를 주도한 학생 2명과 동조 학생들은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돼 기말고사 이후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8일부터 배재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역사·인권·차별 예방 교육을 지원하고, 다음달 21일까지 서울 지역 전체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사태의 1차적인 피해자는 광주일고 학생들이며, 그 여파 속에서 야구부를 제외한 배재고 재학생들 역시 2차 피해를 겪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재고는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 확보를 위해 한시적으로 사복 착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광주일고 학생들 역시 이번 사안이 역사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논쟁으로 확산되면서 악성 댓글 등 2차 가해에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