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송도 바이오 캠퍼스’의 첫 공장을 준공하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대형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공장의 연착륙까지는 적잖은 과제가 남아 있다. 정상 가동을 위한 규제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하고, 라인을 채울 수주를 따내야 한다.
이 회사 각자대표인 박제임스종은 사장과 신유열 부사장은 공장 운영의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으로 보인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 조감도 ⓒ 롯데바이오로직스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3월 착공한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의 건설을 완료하고 6월 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송도 1공장은 12만 리터(한 번에 가동할 수 있는 총 배양기 용량 기준)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시설이다. 이로써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현재 4만 리터 규모인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 합쳐 총 16만 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2027년 상반기 상업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도 1공장 완공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DMO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대형 CDMO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기반 마련부터 공식 상업생산까지 수많은 과제가 박제임스 사장과 신유열 부사장에게 주어져 있다.
◆ 상업생산을 위한 사전 절차와 수주 확보 과제
우선 송도 1공장은 상업생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운전, 일관된 생산능력 검증 절차인 밸리데이션, 품질시스템 점검 등을 거쳐야 한다. 이어 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 인증 등 규제기관의 기준에 부합하는 제조품질체계를 확보하고 필요한 실사·허가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GMP는 공장의 시설, 장비, 인력 등의 체계가 의약품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자격(기준)을 갖췄는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등 규제기관이 평가하는 제도다.
송도 1공장 라인을 채울 고객사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송도 1공장은 아직 상업생산을 위한 첫 번째 고객을 찾지 못했다. CDMO는 레퍼런스가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첫 수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에서 쌓은 노하우를 송도 공장에 이식함으로써 초기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러큐스 캠퍼스는 글로벌 빅파마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로부터 2022년 인수한 시설로, 오랜 기간 축적된 글로벌 규제기관 인증과 상업생산 레퍼런스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와 한국 식약처의 생산 승인, 미국의 cGMP(최신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인증 관련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인수 당시 BMS가 기존에 생산하던 바이오의약품을 최소 3년간 수탁 생산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이름으로도 CDMO 계약을 여러 건 수주했다.
이 같은 노하우는 박제임스 사장 등 롯데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이 2026년 연내 수주 확보를 자신하는 근거가 된다. 박제임스 사장은 6월 미국에서 열린 ‘2026 바이오 USA’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글로벌 대형 제약사 중 한곳과 상업 생산 계약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박제임스·신유열 대표는 시러큐스에서 확보한 고객사와 레퍼런스를 송도 1공장의 상업생산으로 연계하는 ‘듀얼 사이트(Dual Site)’ 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제임스 대표이사 사장(왼쪽), 신유열 대표이사 부사장 ⓒ 롯데바이오로직스
◆ 커진 재무부담, 나빠진 실적
박제임스·신유열 두 대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재무부담을 관리하고 실적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송도 1공장 건립은 총 1조4천억 원의 자본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이 때문에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막대한 규모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미국법인(Lotte Biologics USA)의 재무와 실적을 담은 2025년 연결기준 감사보고서를 보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차입금 규모(2025년 연말 기준)는 단기차입금 3374억 원, 장기차입금 6389억 원 등 9763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4697억 원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매출액 1961억 원, 영업손실 1326억 원, 당기순손실 141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견줘 매출액은 16.34% 줄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526억 원, 517억 원 늘어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특히 2027년 초까지 진행되는 시러큐스 공장 설비 고도화 작업에 따른 일부 셧다운(가동 중단)과 수주 감소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2026년 실적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롯데의 장밋빛 꿈 실현될까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했다. 그룹의 재무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2022년 이후 6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2천억여 원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입해 왔다.
이어 2030년까지 2공장(12만 리터)과 3공장(12만 리터)을 차례로 지어 총 40만 리터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춘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 건립에 투입될 금액은 총 4조6천억 원에 이른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이상 어려운 대규모 투자다.
이 같은 투자가 결실을 거두려면 송도 1공장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첫 수주와 첫 상업생산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