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체제를 국내 대기업집단의 대표적 지배구조로 평가한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홀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대기업집단 절반이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흐름과 달리 기존 지주회사인 에메랄드SPV를 이마트에 합병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정리하며 지배구조 단순화에 나선 것이다. 이는 지주회사 확대 대신 조직 슬림화와 경영 효율성을 택한 행보로 해석된다.
25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신세계그룹이 빠졌다. 신세계가 중간 지주회사였던 에메랄드SPV를 이마트에 합병하는 과정에서다. ⓒ연합뉴스
공정위가 25일 발표한 '202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173개로 집계됐다. 전년(177개)보다 4개 줄었지만, 2021년 이후 이어져 온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 확산 기조는 유지됐다.
실제로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102곳 가운데 절반인 51곳이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춘 '전환집단'도 47곳으로 지난해보다 1개 늘었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지주회사 체제가 대기업집단의 주요 지배구조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는 지주회사와 CVC의 현황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위의 기업집단 정책 방향도 보여주고 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체제를 대기업의 대표적 지배구조로 평가하는 한편, 하반기부터 소유·출자구조와 내부거래, 지배구조를 종합 분석해 공개하고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를 개발할 계획 세웠다.
이는 새로운 규제보다 정보 공개를 확대해 시장의 감시와 평가를 통해 기업들의 자율적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세계는 예외적 사례로 꼽힌다. 기존 지주회사였던 에메랄드SPV를 모회사인 이마트에 합병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소멸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주회사 체제를 대표적 지배구조 모델로 제시한 것과 달리 신세계는 지주회사 확대 대신 조직 슬림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선택한 셈이다.
신세계의 지배구조 단순화는 지마켓 사업 재편 과정과도 맞물려 있다. 이마트는 2021년 지마켓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에메랄드SPV를 설립하고, 그 아래 아폴로코리아를 두는 '이마트-에메랄드SPV-아폴로코리아-지마켓' 구조를 구축했다. 그 뒤 알리바바그룹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에메랄드SPV를 이마트에 흡수합병하면서 아폴로코리아를 이마트의 직속 종속회사로 편입했고, 중간 지주 성격의 법인을 없애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이 과정에서 지마켓의 지배구조도 '이마트-아폴로코리아-그랜드오푸스홀딩-지마켓'으로 재편됐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지마켓 실적이 이마트 연결 실적에 직접 반영됐지만, 올해부터는 알리바바그룹과 공동 지배하는 관계회사로 전환되면서 연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지마켓의 적자가 이마트 연결 실적에 미치는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이번 재편은 단순히 지주회사를 없앤 것이 아니라 중간 지주 성격의 법인을 정리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데 의미가 있다. 최근 신세계가 이마트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배구조의 형식보다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반면 다른 대기업들은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인적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하면서 처음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한국콜마와 오리온, 희성, 대명화학도 지주회사를 보유한 상태에서 새롭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에코프로와 중앙은 자회사 지분 비중이 법정 기준에 미달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명단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