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2022년 6월24일 세상을 떠난 미국의 화가 마가렛 킨(Margaret Keane)이 올해로 별세 4주기를 맞았다.

킨의 예술적 성취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그가 거둬낸 여성 화가로서의 권리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허프 사람&말] '큰 눈'을 그린 여성 화가 마가렛 킨의 사망 4주년 : 1960년대 여성 화가의 권리를 위한 투쟁
마가렛 킨. ⓒ킨아이즈 갤러리

1927년에 태어난 킨은 인물화를 그리면서 다른 신체 쪽은 비교적 사실성을 유지하면서도 유독 눈만 크게 그리는 독특한 화풍으로 세계적 주목을 끌었다.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대중미술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의 삶은 단순히 화가의 삶을 넘어선다. 킨이 그린 그림은 존 F. 케네디와 비틀즈, 팝아트, 라바 램프와 함께 1960년대를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또한 그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는 후대 예술가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물론, 사이키델릭 아트의 대표 작가 피터 맥스, 일본 현대미술의 스타 요시토모 나라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직접 킨의 작품을 언급하며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킨의 작품은 처음부터 미술계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활동하던 1950~60년대 서구 미술계는 추상표현주의를 비롯한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였다. 거대한 담론과 실험성을 중시하던 비평가들에게 킨의 그림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저급한 키치 예술(대중문화의 요소를 비튼 예술 장르)'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대중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슬픔과 외로움, 순수함이 공존하는 듯한 ‘큰 눈의 아이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갤러리와 평단이 외면하는 동안에도 그의 작품은 폭발적 인기를 얻었고, 결국 1960년대 서구 사회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킨은 특정 계층만 향유할 수 있었던 고급예술의 경계를 허문 인물로 평가받는다. 원화를 구매할 수 없는 대중을 위해 포스터와 엽서, 인쇄 복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했고, 이는 예술 작품을 일상 속 소비재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 미술 굿즈와 아트 프린트 시장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를 생각하면, 킨은 대중미술의 상업화를 선도한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

[허프 사람&말] '큰 눈'을 그린 여성 화가 마가렛 킨의 사망 4주년 : 1960년대 여성 화가의 권리를 위한 투쟁
마가렛 킨 '강아지 금지'. ⓒ마이아트뮤지엄
[허프 사람&말] '큰 눈'을 그린 여성 화가 마가렛 킨의 사망 4주년 : 1960년대 여성 화가의 권리를 위한 투쟁
마가렛 킨 '제1성배'. ⓒ마이아트뮤지엄
[허프 사람&말] '큰 눈'을 그린 여성 화가 마가렛 킨의 사망 4주년 : 1960년대 여성 화가의 권리를 위한 투쟁
차이나타운의 일요일. ⓒ마이아트뮤지엄

하지만 그의 성공 뒤에는 오랫동안 감춰진 그림자가 존재했다. 당시 여성 예술가들이 처했던 억압적인 현실이 그를 옥죄었다. 

1950~60년대 서구 미술계는 강한 남성 중심 사회였다. 여성 예술가들은 교육과 전시 기회, 평단의 평가, 시장 진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했다. 훗날 페미니스트 미술운동이 본격적으로 제기한 문제의식 역시 이러한 현실에서 출발했다.

내성적 성격의 킨은 오랫동안 조용히 그림만 그리는 화가였다. 그러던 그는 30세 무렵 샌프란시스코에서 월터 킨을 만나 재혼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뛰어난 사업 감각을 지닌 월터는 아내의 그림이 가진 대중성을 빠르게 알아봤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그 결과 마가렛 킨의 작품은 미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각종 인쇄물과 복제품 판매를 통해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세상은 정작 그 그림의 진짜 작가를 알지 못했다. 월터 킨이 당시 남성 중심적이었던 미술계의 현실을 내세우며 "여성 화가의 작품이라고 하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논리로 마가렛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자신을 작품의 창작자로 소개하며 명성과 부를 독차지했고, 마가렛은 침묵 속에서 그림만 그리는 삶을 이어가야 했다.

그렇게 킨은 30여 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세상이 열광하는 작품을 지켜보기만 하는 '유령 화가'로 살아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죄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렸다. 여러 차례 남편에게 진실을 밝히자고 설득했지만 월터는 이를 거부했다. 심지어 마가렛이 저작권을 주장하려 하자 강압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1986년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에 이르렀고,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그리고 이 재판은 미술사에 남을 유명한 장면을 남겼다. 재판부가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보라고 요구하자, 마가렛은 즉석에서 자신의 대표적인 화풍을 완성해냈다. 반면 월터는 변명을 대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마가렛 킨이 진정한 창작자임을 인정했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게 됐다.

킨의 삶은 예술이 반드시 평단의 인정을 통해서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마저 빼앗겨야 했던 한 예술가가 끝내 진실을 되찾아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킨의 대표작으로는 '애완견 출입금지', '길을 잃은 아이', '기다리고 있는 소녀들', '광대 소녀', '내일 영원히', '사랑은 세상을 변화시키다' 등이 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6세·4세 딸 태운 채 만취상태로 시속 178km로 달린 30대 엄마 : 20대 예비 신랑이 사망했다
  • 2 배재고 야구부와 똑같이 '김어준 뉴스공장' 조롱한 민주당 부대변인 있다 : 유시민 조롱한 그 사람
  • 3 배재고 앞에 놓인 화환 비판한 가수 하림 : "5·18 유족인 내게 '일베'라 하고 '좌파'라 손가락질, 코미디다"
  • 4 이마트 '영업이익 1조' 선언 후 5개월 : 신세계그룹 강조했던 '신뢰'가 '탱크데이'에 무너졌고, 올 2분기 실적도 내려앉았다
  • 5 영화 '모아나' 원작과 100% 싱크로율 자랑하지만 관객 반응 차갑다 : 디즈니 실사화 왜 거듭 실패하나
  • 6 '대패삼겹살 원조 아니다' 판결 후폭풍,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과거 논란도 재소환됐다
  • 7 '청년정치'인가 '친석계 홍위병'인가 : 민주당 8년 만에 부활한 '청년최고위원' 앞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 8 '광주 민주화운동 조롱' 배재고 학생들의 경위서에 누리꾼들 뿔났다 : 5·18 단체는 선처 요청했다
  • 9 한 억만장자가 '영생' 위해 매년 200만 달러 쏟아부었다 : 그러나 자연은 그를 놔두지 않았다
  • 10 속옷 차림으로 잔인하게 결박된 팔레스타인인 사진이 퍼지고 있다 : 인권단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허프생각

유명 SF작가, AI에 소설 절반을 맡겼다고 털어놨다 : '창작의 도핑'인가 '보조도구'인가
유명 SF작가, AI에 소설 절반을 맡겼다고 털어놨다 : '창작의 도핑'인가 '보조도구'인가

'창작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허프 사람&말

사라져가던 일본 철도역에 찾아온 '묘'한 기적 : 일본에는 3대째 '고양이 역장님'이 출퇴근한다
사라져가던 일본 철도역에 찾아온 '묘'한 기적 : 일본에는 3대째 '고양이 역장님'이 출퇴근한다

고양이 경제학

최신기사

  • 현대차 대표 최영일 담화문 내고 노조에 강경 입장, 파업 피해는 모두의 몫 부당한 요구 수용 불가
    씨저널&경제 현대차 대표 최영일 담화문 내고 노조에 강경 입장, "파업 피해는 모두의 몫" "부당한 요구 수용 불가"

    파업 불씨 끌 수 있을까

  • 이재명표 지역화폐 띄우려다 '헛발질' 했나 : 민주당 박민규, '지역화폐 성과급' 법안 이틀 만에 철회
    뉴스&이슈 이재명표 지역화폐 띄우려다 '헛발질' 했나 : 민주당 박민규, '지역화폐 성과급' 법안 이틀 만에 철회

    '과잉 충성'

  • 이케아코리아 대통령의 '육아휴직자 부당 처우 의혹' 환기에 긴장 : 의혹 부인했지만 조사에 성실 협조
    씨저널&경제 이케아코리아 대통령의 '육아휴직자 부당 처우 의혹' 환기에 긴장 : 의혹 부인했지만 "조사에 성실 협조"

    외국기업도 국내선 예외 없다

  •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 플랫폼 기업' 도약 가속화 : 정부 첫 'AI 배전망 ESS 사업' 운영사로 선정
    씨저널&경제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 플랫폼 기업' 도약 가속화 : 정부 첫 'AI 배전망 ESS 사업' 운영사로 선정

    ESS로 포화된 배전망의 전력 흐름 최적화한다

  • 대법원장 조희대, 법원행정처장에 노경필 대법관 임명 : 후임 대법관 제청 속도 붙나
    뉴스&이슈 대법원장 조희대, 법원행정처장에 노경필 대법관 임명 : 후임 대법관 제청 속도 붙나

    4개월 만에 자리 채워

  • [CEO 일기장 훔쳐보기] '쎄 보이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 : 유리천장 뚫는 '나다운' 리더십
    보이스 [CEO 일기장 훔쳐보기] '쎄 보이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 : 유리천장 뚫는 '나다운' 리더십

    쎈 척 안해도 충분히 강하다

  •  6세·4세 딸 태운 채 만취상태로 시속 178km로 달린 30대 엄마 : 20대 예비 신랑이 사망했다
    뉴스&이슈 6세·4세 딸 태운 채 만취상태로 시속 178km로 달린 30대 엄마 : 20대 예비 신랑이 사망했다

    시속 60㎞ 구간에서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1년 내 '회로박' 생산능력 4배 증설, 김연섭 AI 데이터센터용 핵심소재로 기업가치 높인다
    씨저널&경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1년 내 '회로박' 생산능력 4배 증설, 김연섭 "AI 데이터센터용 핵심소재로 기업가치 높인다"

    연간 회로박 생산능력 3700톤에서 1만6천 톤으로

  •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재판 다시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칠 영향 주목
    뉴스&이슈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재판 다시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칠 영향 주목

    대북송금 뇌물 재판 재개

  • 무신사 인천 첫 대형 매장 장소로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택했다 : 스니커즈 전문 ‘킥스’ 전면 배치
    씨저널&경제 무신사 인천 첫 대형 매장 장소로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택했다 : 스니커즈 전문 ‘킥스’ 전면 배치

    입점 브랜드 95%가 인천 최초 상륙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이용자위원회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정정·반론보도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