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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이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계획을 내놓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끌어내린 원인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주주환원보다 지배구조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담합 과징금 1793억 원이 부과된 데다 비상장사 디앤비컴퍼니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기업가치 할인의 근본 원인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PBR 0.23배' 대한제분 뒤늦게 자사주 소각 카드 꺼냈지만 : 저평가 진짜 원인 '밸류업'보다 '지배구조' 아닌지
대한제분은 최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통해 저평가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저평가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제분은 매출 확대와 신규 진입시장 발굴,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 개발, 주주환원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미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 대한 전략적 진출을 추진하고 연구개발(R&D) 및 상품기획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보유 자사주 소각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대한제분은 올해 처음으로 조세특례제한법상 '고배당기업'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66억 원으로 2024년보다 14.3% 늘었다. 대한제분은 앞으로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대한제분이 이러한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배경에는 만성적 저평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대한제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올해 1분기 기준 0.23배다. 이는 시장이 대한제분의 순자산 가치를 장부가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동종 식품업체인 동서(1.61배), 오리온(1.30배), CJ제일제당(0.48배), 삼양사(0.26배)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대한제분은 오랜 기간 저PBR 상태가 이어지면서 주주들로부터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 요구를 받아왔다. 한 종목토론방에서는 "대주주의 주가 부양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저평가가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밸류업 계획 역시 이러한 주주들의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밸류업 계획만으로 저평가 요인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단순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만으로는 기업가치 할인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담합 과징금 부과와 비상장사 중심의 지배구조 논란이 겹치면서, 시장 신뢰 회복 없이는 밸류업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저평가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지배구조

시장에서는 대한제분의 저평가 배경 가운데 하나로 비상장사인 디앤비컴퍼니가 최대주주로 자리한 지배구조를 꼽는다. 일반적으로 상장사는 공시 의무와 주주·시장에 의한 감시를 받지만 비상장사는 상대적으로 정보 공개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집중 보유한 비상장사가 그룹 지배의 정점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경우 경영 전반이 오너 일가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의사결정 과정의 독립적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상장사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의사결정이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일반 주주들이 관련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일수록 이사회의 독립성과 내부통제 체계, 정보 공개 수준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는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이 함께 들어가 있는 회사인 만큼 경영진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는지가 중요하다"며 "비상장사가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라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견제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는지 시장이 더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제분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비상장사 디앤비컴퍼니가 자리하고 있다.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 지분 27.8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디앤비컴퍼니 자체는 오너 일가가 84.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가 비상장사를 통해 상장사인 대한제분을 지배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문제는 디앤비컴퍼니가 독립 사업회사로 보기 어려운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디앤비컴퍼니의 별도기준 매출은 2022년 84억 원, 2023년 96억 원, 2024년 98억 원, 2025년 110억 원으로 연 매출 100억 원 안팎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억~8억 원 수준으로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 5~10%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체 사업만 놓고 보면 수익 창출력이 크지 않은 셈이다.

반면 디앤비컴퍼니의 수익 구조는 대한제분 투자 성과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앤비컴퍼니가 대한제분 투자에 따라 인식한 지분법손익은 2022년 114억 원, 2023년 227억 원, 2024년 135억 원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94억 원, 198억 원, 117억 원을 웃돌았다. 대한제분 투자 수익이 자체 사업 손실과 각종 비용을 사실상 보전한 셈이다.

실제로 대한제분이 지난해 당기순손실 251억 원을 기록하자 디앤비컴퍼니도 2025년 74억 원의 지분법손실을 인식하며 당기순손실 5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디앤비컴퍼니가 독자적 수익 기반을 갖춘 사업회사라기보다 대한제분 경영 성과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53%, 시장 신뢰 회복이 먼저

대한제분의 지배구조 수준 역시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제분의 지난해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53.3%에 그쳤다. 

전체 15개 핵심지표 가운데 8개만 충족한 것이다. 같은 식품업계인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의 준수율이 각각 80%, 삼양사가 6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한제분은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소수주주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도 채택하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 역시 경영진을 견제하는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맡고 있다. 내부감사기구를 지원하는 독립 조직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아 내부통제 기능의 독립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주주권익 보호와 관련한 지표도 미흡한 편이다. 대한제분은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배당 기준일 이후 배당금을 확정하는 방식이어서 주주들이 배당 규모를 미리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배당 예측가능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기주주총회를 주총 집중일에 개최해 왔다.

밸류업의 핵심이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보다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반복된 담합 논란, 내부통제는 작동했나

대한제분은 준법경영과 내부회계관리 등 내부통제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도 마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담합 제재가 발생하면서 시장에서는 관련 제도의 존재 자체보다 실제 작동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내부통제 체계가 수년에 걸친 담합 행위를 사전에 적발하거나 차단하지 못한 만큼, 이사회의 감시·견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대한제분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밀가루 가격·물량 담합 혐의로 179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대한제분을 포함한 제분업체 7곳이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까지 밀가루 공급가격과 판매물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당시 실무자로 참여했던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가 이번 담합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의 시차를 두고 동일 인물이 두 차례 담합 사건에 연루된 셈이다. 그럼에도 송 대표는 올해 3월까지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견제 기능과 준법감시 체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유지된 이사회 구성 역시 내부통제 기능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제분 이사회는 이건영 회장이 10차례, 이종민 그룹기획부문장이 7차례 연임하는 등 주요 경영진 중심의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송인석 전 대표도 올해 3월 임기 만료 전까지 사내이사로 세 차례 연임했으며, 사외이사인 전영준 이사 역시 2020년부터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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