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 나는 '생각하는황소'가 대치동에서 자리잡은 이유를 살펴보았다. 양치기와 지나치게 빠른 선행학습의 피로감과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서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방식은 인내심과 호기심, 수학적 재능이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학생들에게는 효과적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통하는 보편적인 방식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아마도 대치동을 벗어나면 그 효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번 회차부터 몇 회에 걸쳐서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학습 방식과 도구를 탐색할 것이다.
수학 문제를 마주한 아이는 본능적으로 가장 빠른 길을 찾는다. 기존에 배운 방식이나 공식 등 풀이법을 기억해 내서 문제에 끼워 맞추는 식이다. 꿰맞출 것이 없으면 별표 치고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배우는 것은 '이런 문제 유형은 이런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조건반사뿐이다. 생각이 개입할 틈이 없다. 더 정확하게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문제는 이것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풀이법만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수학적 사고는 어떻게 푸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봐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풀이법은 생각을 기록하는 수단일 뿐이다.
나는 오랫동안 무엇을 봐야 하는가를 찾아왔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이 둘에 변수와 상수라는 이름을 붙여 생각법 자체를 개념화해서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지만, 실제로 문제에서 이 둘을 가려내는 눈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은 문제의 종류와 난이도와 무관하게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생각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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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문제를 같이 생각해 보자.
“아빠는 42살이고 딸은 14살이다. 몇 년 후에 아빠의 나이가 딸 나이의 2배가 될까?”
중학생 이상은 몇 년 후를 x라고 놓아서 방정식을 풀고 초등학생은 x대신 □를 사용한다. 둘 다 식을 세우고 이항하고 계산해서 답을 낸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할 뿐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풀이법 자체가 아니라 아빠와 딸의 나이 차가 28살이고 이 차이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구조 자체를 보는 눈이다.
둘의 나이 차가 28살이기 때문에 딸의 나이가 28살이 되면 아빠는 딸의 나이의 2배가 된다. 지금 딸의 나이가 14살이므로 14년 후가 정답이다. 식 한 줄 없이 구조를 먼저 봤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법이다.
나는 이것을 수학 교육의 ‘생각 도구’라고 부른다. 도구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천재만 쓸 수 있는 것은 도구나 아니라 재능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가려내는 이 첫 번째 도구는 내가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확인하고 적용한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는 질문에 아이가 정답을 말하지 못해도 괜찮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수식을 멈추는 순간, 진짜 생각이 시작된다. 이 짧은 습관이 수년에 걸쳐 아이의 수학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수학은 원래 구조를 읽는 언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가려내고 그 관계 속에 숨겨진 패턴을 찾는 행위이다. 방정식과 공식은 그 발견을 간결하게 적는 표기법에 불과하다. 표기법을 먼저 가르치면 언어를 잃는다. 언어를 먼저 가르쳐야 표기법이 아이에게 가치 있게 와 닿는다.
다음 회차에서는 두 번째 사고 도구를 다룰 것이다. 기준을 재설정하는 생각법이다. 기준을 바꾸면 문제의 구조가 단순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