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영업이익 30%를 노동자 복지개선에 사용해야 한다는 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노조)와 험난한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상선과 엔진부문 모두 우호적 경영환경 속에서 가파른 실적개선과 일감 확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호황의 성과를 노동자와 나눠야 한다는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 '파업 리스크'를 줄이고 경영성과 확대에 속도를 내는 데 고심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22일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당시 사장)이 울산 동구 본사에서 열린 '2025 년 임금교섭 조인식'에서 노사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올해 기존 예상을 뛰어넘어 영업이익 4조 원을 단숨에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올해 초부터 HD현대중공업의 연간 영업이익 시장기대치(컨센서스)는 3조5천억 원 안팎을 유지했다. 이미 지난해보다 75%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지속된 것이다.
그런데 앞서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영업이익 시장기대치가 3조8천억 원으로 높아졌고 이날 4조 원대 예상이 나온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9054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8% 뛴 것이다.
이날 유안타증권은 HD현대중공업이 올해 영업이익 4조146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흐름을 이어가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아진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상선부문의 호황이 이어지는 동시에 엔진부문에서도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성과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됐다.
유안타증권은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실적개선으로 업황 호조세의 지속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발전용 엔진 추가 수주는 고수익 신사업 확장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37년 만에 그룹이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대표 계열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었는데 승진 첫해부터 큰 폭의 실적개선이라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총수에 등극하는 시점과 맞물려 승진했다.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2.3%를 차지하는 상선부문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주력인 고부가 대형 선박의 업황을 타고 꾸준히 수익성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은 1분기 상선부문에서 영업이익 678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된 데다 영업이익률은 15.9%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높은 선가로 계약해 수익성이 우수한 2024~2025년 수주 선박의 매출 비중이 33%에 불과하다는 점에 향후 실적 전망이 밝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전체 수주계획을 크게 높여 잡았지만 상선부문을 앞세워 일찍이 목표달성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올해 HD현대중공업은 연간 수주목표를 지난해 수주실적보다 60.9% 상향한 204억2천만 달러로 설정했는데 3분의 1이 지난 1~4월 이미 달성률 44.8%(91억5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선부문이 4월까지 신규수주 72억4500만 달러로 연초 목표의 63.2%이나 채운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엔진부문은 발전용 중속엔진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용 엔진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자체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용 중속엔진은 초거대(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구축기간이 짧고 용량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은 2000년 독자 개발한 선박 및 발전용 중속엔진(힘센엔진)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35%)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달 미국에 6271억 규모 데이터센터용 발전용 중속엔진 공급계약을 맺으며 이 분야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엔진부문은 납기가 통상 3년 이상인 대형 선박보다 짧기 때문에 빠르게 실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4월 엔진기계 신규수주 17억96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간 수주목표의 67.1%를 이미 채운 수치다.
HD현대중공업이 상선과 엔진분야에서 호황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 부회장은 임금협상이라는 난제도 동시에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산업계 전반에서 불어오고 있는 성과급 논의와 맞물려 노조의 태도가 더욱 강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가 이 부회장 승진 이후 맞는 첫해인 만큼 노사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져 이번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리스크'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과제로 다가온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6월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교섭과 관련한 줄다리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원 실태조사, 현장 의견 취합 등을 마련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20일 사측에 전달했다. 노조가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천 원 제외) 및 상여금 100% 인상 등 일반적 사항을 요구한 가운데 '성과공유' 사안을 놓고 조선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핵심 요구안으로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공정 성과로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업이익 일부를 기초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 지급 논의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도 영업이익의 30%라는 숫자를 제시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다르게 영업이익이 단순히 직원들의 성과급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는 민주항해 소식지를 통해 "영업이익 최소 30%의 공정한 성과공유는 성과급 30%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호황의 성과를 임금, 제도, 복지, 노동조건 개선으로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재원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복지와 제도 개선을 위한 포괄적 재원'이라며 당위성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측과 업계 안팎에서는 '영업이익 30% 할당'이라는 요구 자체에 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 막대한 설비 유지보수와 친환경 및 AI 전환 비용이 필요하고 사이클 산업의 특성상 변동성에 대비해야 하는 조선업 구조상 영업이익의 3분의 1가량을 재원으로 묶어두는 것은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으로서는 노조와 줄다리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에 마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4조 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공유 재원 1조2천억 원가량 자체도 부담으로 여겨진다.
2022년부터 HD현대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은 영업이익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24년부터 매년 노사 갈등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24년 다수의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1차 노사 잠정합의안이 투표에서 부결된 뒤 크레인을 점거하는 등 1주일 동안 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섭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