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가 자신의 첫 번째 회칙인 '위대한 인류'를 발표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존엄을 주요의제로 삼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인공지능의 오남용에 관한 논쟁에 강력한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고 바라봤다.
교황 레오 14세. ⓒ AP=연합뉴스
교황 레오 14세는 25일(현지시각) 바티칸에서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담은 첫 회칙을 발표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회칙은 교황이 카톨릭 신자들에게 도덕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가르침을 담은 문서다. 약 400년 전통을 지닌 교황문서 형식으로, 교회법적 구속력은 교황 칙서보다는 약하지만 신자들이 지켜야 할 삶의 자세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카톨릭 종교계에서는 중요한 문서로 꼽힌다.
이번 회칙은 레오 14세가 2025년 교황에 오른 뒤 처음 내놓는 회칙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칙이 과거 산업혁명, 냉전, 피임, 세계경제, 환경문제를 다뤘던 주요 회칙의 흐름 위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레오 14세는 "기술 그 자체를 인류와 대립하는 힘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더 큰 이윤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조직적으로 희생시키는 선택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어 "높은 수준의 기술발전을 이루었음에도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에게만 고용을 보장하는 사회는 많은 이들을 무력한 상태에 노출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는 물질적 진보와 인류학적 퇴보라는 모순을 낳으며, 정의롭고 안정적 사회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다"고 우려했다.
특히 레오 14세는 이번 회칙에서 △인공지능 개발 주도 기업을 향한 정부의 규제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 보호 및 재교육 △학생들이 기술에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무기사용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에게 유지되도록 하는 안전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뉴욕타임스는 "레오 14세의 회칙은 인공지능 시대라는 새로운 변곡점에서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문서"라며 "회칙에서 주목할 것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인공지능은 가치 있는 도구로서 머물러야 한다는 지적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인공지능을 인간의 지능과 동일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황의 가르침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