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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들은 흔히 '바퀴벌레'에 비유되곤 한다. 사라진 듯 보여도 사회적 참사 순간마다 다시 기어나와 곳곳에 혐오의 악취를 퍼뜨리기 때문이다. 

[허프 생각] 이재명 정부의 '일베 폐쇄' 도전 : '바퀴벌레 서식처' 한군데 없애도 혐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조롱하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 AI합성 이미지

중요한 건 바퀴벌레 몇 마리를 잡는다고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눈앞에 보이는 몇 마리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혐오가 끊임없이 자라나고 숨어들 수 있는 '서식 환경'이 진짜 문제이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폐쇄 논쟁이 다시 뜨겁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무게감이 더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일베를 겨냥해 "조롱과 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와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등 필요한 조치를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공간까지 찾아가 고인을 조롱한 일부 청년들의 행동이 알려지자,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베를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대표적 공간으로 지목했다.

일베는 오랫동안 혐오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특정 지역 비하, 여성 혐오, 사회적 참사 희생자 조롱, 익명성을 무기로 한 극단적 조롱은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혐오는 간혹 오프라인 현실로 나타났다. 누군가의 아픔이 밈이 되고 타인의 죽음이 놀이가 되는 기괴한 조롱 문화가 오랜 시간 방치돼 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일베 폐쇄 논의는 있었다.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폐쇄 청원에는 한 달 만에 23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그만큼 사회적 분노와 피로감이 컸다는 의미다.

다만 법률적 한계에 가로막혀 일베 폐쇄 논쟁은 중단됐다. 사이트 폐쇄를 위해서는 전체 게시물의 70% 이상이 불법 정보여야 하고, 사이트 개설 목적 자체의 위법성까지 입증해야 하는 등 법적 장벽이 높았다.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정말 사이트 하나를 없애면 혐오도 함께 사라질까.

일베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괴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 심화된 정치적 양극화와 세대 갈등, 극심한 경쟁 사회가 맞물리며 혐오를 배양하는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학계 역시 일베 이용자들을 일탈 집단으로 보지 않는다. 사회학 연구자 김학준은 저서 '보통 일베들의 시대'에서 이들을 특별한 괴물이 아니라 경쟁과 불안 속에서 혐오를 놀이처럼 소비하게 된 '보통 사람들'이라고 분석한다.

상상해보면 더 섬뜩하다. 타인의 고통을 보며 낄낄 웃던 사람이 사실은 내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이나 친구, 혹은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직장 동료일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혐오는 늘 멀리 떨어진 상상 속 괴물의 얼굴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는 너무 평범하고 말끔한 얼굴을 한 채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일베를 키워온 책임에서 정치권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정치 공방의 소재로 이용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은 일베를 명확히 끊어내기는커녕 이들의 '반진보' 성향을 지지 기반으로 삼기도 했다. 혐오의 언어를 방치하거나 때로는 정치적으로 활용해온 결과 문제가 더 커지기도 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 '표현의 자유'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타인의 고통에 낄낄거리며 웃던 이름 없는 얼굴들을 기억해야 한다. 혐오 표현까지 무조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감싸선 안 된다. 여기에 다수결의 원칙이 설 자리가 없다. 

타인의 상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행위는 자유 이전에 최소한의 인간 존엄 문제와 연결된다. 그래서 일베는 폐쇄될 수도 있다. 폐쇄돼야 한다는 주장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다만 사이트 하나를 없앤다고 혐오까지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게 된다. 혐오는 이미 정치와 커뮤니티, 우리의 일상 언어 속에 퍼져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베 밖의 또 다른 공간에서 누군가는 혐오를 놀이처럼 소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른 나라에도 일베와 비슷한 극우·혐오 커뮤니티는 존재했다. 다만 대부분 완전한 박멸보다는 이름을 바꾸거나 플랫폼을 옮겨 다니며 살아남는 방식으로 변해왔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베 폐쇄 이상의 질문이다. 왜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또 다른 일베를 만들어내는가. 왜 혐오와 조롱이 이렇게 쉽게 소비되는가.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오래 방관해왔는가.

바퀴벌레를 완전히 박멸하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분열과 증오의 사회는 끊임없이 그들이 숨어들 틈과 번식할 환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일베 폐쇄 역시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진짜 싸움은 그 이후다. 키보드 뒤에 숨어 타인의 고통을 낄낄거리며 소비하는 문화, 혐오와 조롱을 하나의 놀이처럼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다면 '일베 밖의 일베'는 언제든 다시 기어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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