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두고 '역대 최악의 거래'라고 비난했지만,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종전협상에서 이 비판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건국 250주년과 맞물린 제158회 전몰장병 추모일 기념식이 열린 2026년 5월25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 내 메모리얼 암피시어터(야외 극장)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 AP통신=연합뉴스
기디언 래치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외교 칼럼니스트는 25일(현지시각) 분석기사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 종전협상에서 지렛대를 쥐고 판을 흔드는 쪽은 트럼프가 아닌 이란 정부"라며 "트럼프 대통려은 자신이 쓴 저서 '거래의 기술'의 기본 원칙조차 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래치먼 칼럼니스트는 사태의 핵심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라는 강경책이 있다고 봤다.
그는 전 세계 원유 운송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요동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폭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래치먼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언에 가까운 군사적 위협을 이란에 가했음에도 실제 지상전 개입을 꺼린다는 약점을 노출하면서, 이란에게 '분쟁확대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유가 안정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서 '절박한 약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래치먼 칼럼니스트는 최근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간의 합의안은 미국의 판정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봤다.
이란은 해협을 재개방하는 대가로 동결됐던 수십억 달러의 자산해제를 포함한 단계적 경제제재 완화라는 실리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래치먼 칼럼니스트는 정작 핵심 현안인 이란의 핵물질 제한 조치는 구체적 합의 없이 향후 협상과제로 미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래치먼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이란과 맺은 핵합의를 꼬집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 보이는 합의를 협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래치먼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란이 원할 때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수 있다는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거래의 기술'을 마스터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뤄낸 참으로 대단한 업적이다"고 비꼬았다.
기디언 래치먼 칼럼니스트는 1963년 태어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곤빌 앤드 케이어스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1등급으로 졸업한 뒤 1984년 영국 BBC 월드서비스에서 언론경력을 시작했다. 그 뒤 이코노미스트에서 15년 간 미국 워싱턴, 태국 방콕 특파원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파이낸셜타임스의 외교담당 수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