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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중재로 가까스로 성립된 미국과 이란의 휴전협상이 7주 가까이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진행된 초기와 달리 무게중심이 이란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경제제재 해제'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당초 요구했던 핵물질 반출(shipping out)을 후순위로 밀어내는 조짐을 보이면서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이란 종전협상 이란 쪽이 우세한가 : 이란 '경제제재 해제' 버티고, 트럼프는 '핵협상' 후퇴 조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농축 우라늄은 즉시 미국으로 넘겨진 뒤 폐기되거나, 더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이란과 협력 및 조율을 통해 이란 현지에서 폐기되거나, 또는 다른 적절한 장소에서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와 같은 기관이 입회한 가운데 폐기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유한 핵물질을 미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수해왔으나, 이날은 '이란 내부에서 폐기'도 가능함을 내비치면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은 23일 기준 △휴전 60일 연장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 해협의 단계적 재개방 △이란 항구의 봉쇄 해제 △핵협상은 별도 30~60일 후속협상으로 진행 등을 뼈대로 하는 양해각서(MOU)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란이 핵문제 전체를 종전 이후 다음 단계에서 논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핵문제를 '다음 단계 논의'로 미루면서 먼저 전쟁종식과 제재해제를 관철하려는 이른바 '순서바꾸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전쟁연구소는 5월 초 내놓은 리포트에서 "이란은 미국이 전쟁을 종식하고 해상봉쇄를 해제하도록 압박하면서 핵문제 논의를 다음 단계로 넘기는 방안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이란 종전협상 이란 쪽이 우세한가 : 이란 '경제제재 해제' 버티고, 트럼프는 '핵협상' 후퇴 조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 AFP통신=연합뉴스

이란은 핵문제를 뒤로 미룰 뿐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동결자산의 해제'까지 협상테이블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란 매체 타스님뉴스는 26일 "해외에 동결된 이란자산은 미국과 양해각서 합의가 발표되는 즉시 해제돼야 한다"며 "미국은 동결자산 해제를 계속 반대하고 있지만, 해제가 성립하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고 주장했다.

동결자산 해제를 이란이 재촉하는 배경에는 전후복구와 민생안정, 환율관리를 위해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외화자산이 시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한 만큼 더욱 고삐를 죄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란 중앙은행 총재와 함께 카타르 도하를 방문한 것도 '동결자산 해제' 문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구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타르에는 수조원 규모의 이란 자산이 현금 형태로 동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동결된 전체 이란자산은 1천억 달러(한화 약 15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협상을 위한 좋은 패를 하나씩 쌓아올리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항복' 외에는 이란과 협상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어조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의 시급성과 핵합의의 복잡성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과 핵물질 협의를 뒤로 한 채 60일 간의 휴전연장과 함께 양해각서를 맺는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협상결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폭발력을 인지한 이란이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다시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비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부 친이스라엘 강경파들은 '핵 프로그램 논의 없이 양해각서가 이뤄지면 이란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24일 분석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뒤로 미뤄야 했다"고 평가했다. 협상의 시계가 이란 편에서 돌아가는 한, 양해각서 서명 이후에도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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