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가운데 울산광역시장 선거가 예측 불허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 모두 후보 단일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애를 먹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종훈 진보당 후보. ⓒ연합뉴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후보과 김종훈 진보당 후보의 범여권 단일 후보화,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와 박맹우 무소속 후보의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진영간 1:1 정면 대결이 예상됐으나 여야 모두 후보단일화의 꼭지를 따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단일화에 실패한 뒤 4자 구도로 투표가 실시된다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혼전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종훈 진보당 후보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으나 잡음이 발생하며 단일화 협상이 전격 중단됐다. 김상욱 민주당 후보 측은 여론조사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잠정 중단을 선언한 반면, 김종훈 진보당 후보 측은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상욱 민주당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단일화 여론조사 중단 이유에 관해 "제가 이번 단일화에 임하며 내건 조건은 '민주시민의 민의가 왜곡되지 않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단 하나였다"며 "그런데 김두관 총괄선대본부장님으로부터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말씀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특정 정치세력의 조직적 여론조사 개입 우려에 대한 제보가 있었고 여론조사 문항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며 "담당자에게 누락 경위를 물으니, 진보당 측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진보당에 화살을 돌렸다.
김상욱 후보 측의 주장은 이를테면 단일화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조항이 들어가 있지 않아 보수지지층의 조직적 개입으로 김종훈 진보당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진보당은 김상욱 후보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울산은 보수 지지세도 강한 만큼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는 것에 대해 민주당 실무진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진보당은 김상욱 후보 측이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종훈 진보다 후보의 이하나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진보당은 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의에서 울산은 보수세력이 강하고, 보수 측에서도 김두겸 시장의 불통 정치에 분노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는 민심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시민들도 지지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것이 본선 경쟁력 확인에서 중요할 수 있다라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 김상욱 후보 측 대리인은 흔쾌히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코앞으로 다가온 투표용지 인쇄 및 사전투표일(5월29일)까지 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김종훈 진보당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오늘까지 기다려보긴 할 것"이라면서도 "특별히 어떤 변화가 없는 한 상황이 그렇게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훈 후보는 이어 "시간이 물리적으로 오늘(26일) 정도까지 협의가 안 이뤄지면 (단일화는)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완주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왼쪽)와 박맹우 무소속 후보. ⓒ연합뉴스
야당인 국민의힘도 단일화 때문에 속을 앓고 있는 처지이긴 마찬가지다.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김두겸 후보 지지도가 어느 정도 견고하지만 김상욱 민주당 후보와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천 탈락에 반발해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맹우 후보를 향한 표심도 끌어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보수 지지층 표 분산으로 인한 범여권 후보의 어부지리를 막기 위해 '보수 후보 단일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울산시의원 후보들은 지난 24일 박맹우 무소속 후보의 선거사무소 앞을 찾아가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108배를 하기도 했다.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도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존경하는 박맹우 후보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강력하게 부탁드린다"라며 "보수 단일화는 간절한 울산시민의 바람이고 이제 우리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후보 단일화 없이는 선거 승리도 보수의 미래도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박맹우 후보는 김두겸 후보 측의 단일화 요구를 단칼에 잘랐다. 박 후보는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박맹우TV에서 "경선 일정까지 조율해가며 (단일화를) 추진하던 중에 돌연 김 후보 측에서 경선도, 단일화도 거부하지 않았나"며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제게 돌리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제 주변 세력을 흔들기 위한 선거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시장 선거에서 다른 변수들 보다 '단일화'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여론조사로 나타난 표심이 단일화 여부에 따라 표심이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24일 발표한 울산시장 여론조사에서 다자 대결을 가정했을 때에는 김상욱 민주당 후보 37%,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 32%, 김종훈 진보당 후보 15%, 박맹우 무소속 후보 3% 등으로 조사됐다. 김상욱 후보와 김두겸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김상욱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 될 경우를 가정한 조사에서는 김상욱 45%, 김두겸 32%, 박맹우 4%로 김상욱 후보가 김두겸 후보를 1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울산시장 선거의 막판 변수는 △진보 진영 단일화 결렬의 후유증 극복 여부 △물밑 보수 단일화의 불씨 소생 여부 △오는 27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울산 방문을 통한 보수층 결집 효과 등으로 압축된다. 여야가 남은 일주일 안에 어떠한 정치적 합의를 이루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울산시장 선거 판세는 안갯속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용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TV 뉴스와이드에서 "김상욱 후보와 김종훈 후보다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다가 깨진 것에 대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합의가 깨진 것에 대한 책임론도 지역에서 평가가 있을 것이고 김두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서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울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