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기대작 '오디세이'가 이른바 '인종 스와핑(race swapping)' 논란에 휩싸이며 온라인에서 뜨거운 공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루피타 뇽오(Lupita Nyong'o)는 언론 인터뷰에서 작품과 캐스팅에 대한 소신 있는 답변을 내놨다.
할리우드 배우 루피타 뇽오. ⓒ인스타그램
뇽오는 21일 보도된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신화적인 이야기"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의도와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출연진은 전 세계를 대표하고 있다"며 "내가 어떤 대응을 하든 비판은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해명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뇽오는 또한 "'오디세이'에 참여한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이 작품은 굉장히 웅장하고, 여러 세계를 아우르는 동시에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장대한 서사"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뇽오가 맡은 배역이 있다. 오는 8월 국내외에서 개봉 예정인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뇽오는 극 중 헬레네와 그의 자매 클리타임네스트라를 1인2역으로 연기한다.
문제는 원작 속 헬레네의 묘사다. 호메로스는 헬레네를 두고 '1천 척의 배를 바다로 띄우게 만든 미모'라고 표현했고,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창작물에서는 주로 백인 배우들이 해당 역할을 맡아왔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UPI 코리아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캐스팅이 원작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발했고, 공식 예고편에는 집단적으로 '싫어요'가 달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원작 훼손'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머스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놀란 감독이 호메로스의 묘사를 모욕했다"고 주장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등 할리우드의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원작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원작 훼손' 문제 제기는 특히 미국 내 극우 성향 인사들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SNS와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캐스팅 문제를 '정치·문화 전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흑인이나 동양인 배우들의 사진을 왜곡하거나 조롱하면서 이른바 여론전을 벌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인종 다양성 정책 자체를 공격하거나 인종적 편견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할리우드 내부에서는 창작의 자유와 현대적 재해석을 옹호하며 뇽오의 헬레네역 캐스팅을 반기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루피타 뇽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 가운데 한 명"이라며 헬레네 역에 충분히 어울리는 캐스팅이라고 평가했다. 또 배우 알렉 볼드윈 역시 머스크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와 새로운 캐스팅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캐스팅 문제를 넘어, 고전 원작의 충실성과 현대적 다양성 사이에서 어디까지 해석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배우 뇽오는 미국, 케냐, 멕시코 국적의 배우이자 제작자로, 2013년 영화 '노예 12년'으로 이름을 크게 알렸다. 그는 이 작품으로 미국 배우조합상과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도 수상했다. 이후 영화 '블랙 팬서', '어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