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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담론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일상적인 기업 체감이 ‘최종 결과’들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 실적을 담은 뉴스 헤드라인엔 익숙하지만, 그 ‘결과’들을 만들어낸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은 들여다 볼 기회가 드물다.  지배구조는 말하자면 한 기업의 ‘속살’ 같은 건데, 속살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지배구조는 “보이지 않는 설계”에 해당한다. 누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의사결정은 어떤 절차를 거치며,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어떤 가치를 우선시 하는지를 집약해 놓은 설계도다. 이 설계도는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고, 가끔 노출되는 경우에도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작 이 세계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말은 조금 다르다. 방문옥 소달리앤코(Sodali&Co) 상무는 오히려 지배구조를 “공부하면 생각보다 쉬운 분야”라고 말한다. 

복잡한 수식이나 정교한 모델이 필요한 영역이라기보다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어떤 구조 안에서 움직이고 그 결과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라가면 비교적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21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달리앤코의 방문옥 상무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허프 인터뷰] 소달리앤코 상무 방문옥은 기업 지배구조 컨설팅한다, 그는 기업·투자자 간 커뮤니케이션 설계한다고 고쳐 말했다
방문옥 소달리앤코 상무이사는 지배구조 종합 솔루션 서비스는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소통을 돕는 '가교'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본인 제공

◆ 기업과 투자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설계’

방 상무는 한국ESG기준원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뒤 현재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소달리앤코에서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가 담당하는 지배구조 자문 업무는 겉보기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아우른다. ESG 평가 컨설팅과 주주총회 자문 등으로 나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연속된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핵심은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 단순히 찬반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자 그룹이 누구인지, 그리고 각 투자자가 어떤 기준과 판단 프레임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분석해 전략을 구성하는 과정이다.

방 상무는 “각 업무가 따로 분리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한다”며 “기업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캠페인에 대응하는 논리를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와 지배구조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주주 설득까지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응 전략의 출발점은 개별 안건에 대한 찬반 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의결권 구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어떤 투자자 집단이 실제 표결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각 투자자가 어떤 기준과 논리 구조로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먼저 구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의결권 지형 분석이 선행돼야 이후 단계에서 메시지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득력을 갖는지 설계할 수 있고, 주주총회 전략 역시 단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일관된 설득 구조로 완성될 수 있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에 의해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어떤 투자자 그룹을 우선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지를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외부 의결권 행사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위임장 확보나 직접 방문 설득 방식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 한국 시장을 깊이 이해하는 ‘자문 네트워크’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지배구조 자문사의 경쟁력은 결국 실행력과 해석력에서 갈린다. 방 상무는 회사의 핵심 강점으로 ‘투자자 논리를 실제로 이해하는 인력 구조’를 꼽는다. 단순히 기업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자들이 어떤 기준과 논리로 의결권을 판단하는지를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배구조 자문은 결국 투자자와 같은 언어를 써야 설득이 가능하다”며 “ISS나 글래스루이스 같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ESG 평가기관에서 실제 의안 분석과 평가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인력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달리앤코 한국 조직에는 ISS, 글래스루이스, ESG 평가기관 등에서 거버넌스 분석을 직접 수행했던 인력이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관점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강점은 한국 시장에 대한 밀도 높은 이해력에 있다. 글로벌 자문사들이 공통된 기준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반면,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투자자 관계는 기업별 특수성이 강하게 반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방 상무는 “한국 시장의 기업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동일한 전략이라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지배구조 자문은 글로벌 기준과 로컬 시장 이해가 동시에 요구되는 영역이고, 이 두 요소를 함께 갖추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거버넌스 이슈는 ‘설득의 결산’

주주총회는 단순히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절차적 장면이라기보다, 이미 사전에 축적된 설득 구조가 최종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에 가깝다. 표결 역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갈리기보다는 안건 설계와 각 안건에 대한 상정 근거, 이사회 구성과 운영, 그리고 이에 맞춰 축적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결합되며 상당 부분 방향이 이미 형성된 상태에서 이뤄진다.

행동주의 투자자 캠페인 또한 개별 안건에 대한 찬반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이사회 재편, 자사주 정책, 배당 확대 등 서로 다른 의제를 동시에 조율하고 관리해야 하는 복합적 대응 국면에 놓인다.

결국 거버넌스 이슈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과 이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내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한다. 최근 상법 개정 논의와 의결권 행사 구조의 변화, 글로벌 투자자 비중 확대 등 제도와 시장 환경의 변화는 이러한 특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방 상무는 “기업이 설득해야 하는 주주의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주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방 상무는 지배구조를 이렇게 정의했다. “지배구조는 완성된 정답이 있는 영역이라기보다, 계속해서 더 나은 설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는 이어 “이사회 스스로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 활동을 찾아내는 과정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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