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다. 전국적으로 30도 안팎을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컵빙수를 비롯한 자사 빙수 상품들을 지난해보다 앞당겨 출시하고 있다.
카페 브랜드들이 빙수 출시를 앞당기는 배경에는 이른 무더위도 있지만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 속에서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업계 전략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경쟁 속에서 정작 부담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로 나온 계절 메뉴 탓에 평소보다 더 많은 업무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빙수 맛집이나 프랜차이즈별 컵빙수를 추천하는 콘텐츠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19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빙수' 관련 게시물 수는 108만 개에 육박한다. 이는 빙수가 여름철 대표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5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유튜브에 올라온 빙수 관련 콘텐츠는 약 3900개에 이르며, 빙수와 관련된 영상 전체의 누적 조회수는 6800만 회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별 컵빙수 비교 총정리, 빙수 맛집 성지순례 등을 주제로 한 카드뉴스 콘텐츠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지난달 30일 컵빙수 3종을 출시한 뒤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220만 잔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한 스타벅스코리아는 1999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컵빙수 형태의 제품인 레드빈 빙수 블렌디드와 애플 망고 빙수 블렌디드를 선보였다. 컴포즈 커피는 과일 컵빙수를, 이디야커피는 컵빙수 3종을, 빽다방 역시 통단팥 컵빙수를 지난해보다 이르게 출시하며 빙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거의 모든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빙수 메뉴를 선보이는 배경에는 계절 마케팅 이상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속되는 고물가 기조 속에서 기존 커피 메뉴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추가 메뉴를 통해 객단가를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가 커피를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성장해온 브랜드들의 경우 이러한 메뉴 확대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커피 판매가 집중되는 아침·점심 시간대 이후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간대의 수요까지 확보하기 위해, 빙수를 전략 상품으로 활용해 추가 소비를 유도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페 프랜차이즈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계절 메뉴 출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메뉴가 늘어나고 판매 전략이 다양해지면서 매장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 강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여름철 동안 동일한 시급 체계 안에서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과거 지자체 홍보 유튜버 '충주맨'으로 활동했던 김선태씨는 지난 8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메가커피의 '말차 젤라또 팥빙 파르베'를 시식하는 광고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는 팥빙 파르베의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하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의 고충도 함께 언급했다.
충주시 홍보 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유튜버 김선태씨가 메가커피의 여름 한정 메뉴 '말차 젤라또 팥빙 파르베'를 시식한 영상에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선태씨 유튜브 채널
해당 메뉴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이를 각각 따로 소분해 개별 용기에 담아야 하는 데다, 사용하는 스푼 등 집기류도 재료별로 각각 준비해야 해서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고 김씨는 전했다. 이 때문에 제조 과정도 한층 복잡해졌고 설거지 거리가 많아졌다.
김선태씨의 빙수 홍보 영상 댓글에는 "알바생들 피눈물 나는 광고", "말차 팥빙 만드는 알바생이 김선태 XX라고 하는 소리 들음", "전국 빙수 만드는 카페 알바생들 화이팅" 등의 익살스러운 반응이 이어졌다. 이와 동시에 빙수를 만드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업무 부담을 언급하는 공감 섞인 댓글도 달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의 고충을 토로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인력으로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힘들다", "제발 주문이 좀 멈췄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장 고충을 고려한 듯, 지난달 24일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여름 빙수 메뉴를 선보인 스타벅스는 빙수 판매 시간을 오후 2시부터 8시까지로 제한했다.
커피 주문이 집중되는 아침·점심 시간대에 빙수 주문까지 몰릴 경우 매장 파트너들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