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대중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이하 유로비전)에서 이스라엘이 우승을 위해 국가 차원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악화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려 무리수를 뒀다는 풀이가 나온다.
제69회 스위스 유로비전에 참가해 결승 무대에 오른 이스라엘 가수 유발 라파엘. ⓒAFP=연합뉴스
12일 오스트리아 빈의 슈타트할레에서는 제70회 유로비전의 막이 오른다. 이번 대회에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35개국이 참가하며, 전 세계 약 1억6천만 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비전은 단순한 음악 경연을 넘어 각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심사위원 평가와 대중 투표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리는 대형 문화 행사다. 국가의 음악성과 문화적 역량을 겨루는 무대라는 점에서 '가수들의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이처럼 상징성과 파급력이 큰 행사인 만큼 참가국들은 우승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그중에서도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12일 뉴욕타임즈 보도를 보면, 아이슬란드 국영방송 수장 스테판 에이릭손은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외교관으로부터 보이콧 여부와 관련한 연락을 받았다. 당시 일부 유럽 방송사들은 가자지구 전쟁을 이유로 이스라엘의 대회 참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었다.
뉴욕타임즈는 유로비전보다 더 큰 외교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스라엘 외교관이 직접 해당 문제에 개입한 점이 의아하다고 짚었다. 에이릭손도 "왜 대사관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지 다소 놀랍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이스라엘 정부가 대규모 온라인 투표 캠페인을 통해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실제로 스위스에서 열린 제69회 유로비전에서 이스라엘 대표 가수 유발 라파엘은 우승자인 JJ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두고 심사위원 점수와 별개로 진행된 시청자 투표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부 주도의 비참가국 투표 캠페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로비전의 대중 투표 시스템은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허점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비참가국 시청자들은 공식 사이트에서 약 1유로를 결제하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한 사람이 최대 20표까지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특정 가수의 열성 팬층이나 조직적인 캠페인이 결합될 경우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같은 논란 이후 유럽방송연맹은 정부 차원의 팬 투표 개입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 개정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