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의 '자원·금융 외교'가 이번에는 인도로 향했다. 지난달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 이후 달아오른 양국 경제협력 열기가 실물 투자로 이어지기 전에 금융 협로를 먼저 닦아두겠다는 포석을 깐 셈이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왼쪽 가운데)과 라나 아슈토쉬 쿠마르 싱 SBI 수석부행장(오른쪽 가운데)이 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면담을 갖고 우리 기업의 현지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수출입은행은 황 행장이 현지시각 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제59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인도 수출입은행과 인도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SBI(State Bank of India)의 핵심 경영진을 잇달아 만났다고 6일 밝혔다.
황 행장은 먼저 타룬 샤르마 인도 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과 만나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이 만남의 핵심 의제는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의 안정적 확보였다. 황 행장과 샤르마 부행장은 수은의 수출금융과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인도 수출입은행과 연계해 핵심광물 분야를 지원하는 구조를 협의했다. 태양광·풍력·그린수소 등 청정에너지 공동 사업 개발과 인도 조선 생태계 육성을 위한 금융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수은이 미국·일본 개발금융기관(DFI)과 이미 구축해 놓은 인도 디지털 인프라 협력 틀을 인도 수출입은행과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아프리카 등 글로벌사우스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아이디어도 공유했다.
황 행장은 같은 날 라나 아슈토쉬 쿠마르 싱 SBI 수석부행장과도 만나 양국의 협력을 논의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이번 면담은 4월29일 수은이 SBI에 18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 지원을 승인한 데 따른 후속 행보다. 전대금융은 수은이 현지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면 해당 은행이 한국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는 현지 소비자나 법인에 대출해주는 간접 금융 방식을 뜻한다.
두 사람은 이번 면담에서 전대금융 활용 범위를 기존 자동차 분야를 넘어 산업설비, 가전, 식품, 화장품 등 유망 분야로 넓히는 방안을 협의했다.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만든 제품이 더 많은 인도 소비자에게 팔릴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황기연 행장은 "실물 투자가 본격화되기 전에 금융 협력 기반을 선제적으로 다지는 것이 수은의 역할"이라며 "핵심광물·청정에너지·디지털 등 주요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인도 진출을 돕기 위한 구체적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