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며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 소녀상' 주위에 설치됐던 경찰 바리케이드(차단벽)가 모두 철거됐다.
보수 단체의 집회 신고와 충돌 방지를 이유로 2020년 설치됐던 바리케이드가 없어짐으로써 5년11개월 만에 소녀상을 쓰다듬고 그 옆 빈 자리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게 됐다.
경찰이 5월6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던 바리케이드(차단벽)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6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개최한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바리케이드 철거 행사를 열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상징물로 2011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 1천 회를 기념해 세워졌다.
그러나 2020년 6월 정의연의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이 불거지자 소녀상 근처에서 보수·우파 단체들이 정의연의 '수요집회'에 대응하는 맞불 집회를 잇달아 열었고 소녀상 훼손 방지와 단체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이날 철거는 5년11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앞서 소녀상 근처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시위를 주도했던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지난 3월 사자명의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현장의 긴장이 완화되자 바리케이드 철거 논의가 시작됐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활동가들은 이날 수요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소녀상의 먼지를 닦아내며 바리케이드 철거를 준비했다.
바리케이드 설치는 충돌 방지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정의연 등 관련 단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번 철거를 통해 소녀상이 상징하는 역사적 목소리가 조금 더 자유롭게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한경희 정의연 이사장은 "평화의 소녀상이 5년11개월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며 "오랫동안 누구도 곁에 다가갈 수 없었고 빈 의자에도 앉을 수 없었지만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이어 "2019년부터 역사 부정 세력이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혐오와 거짓을 반복했고, 결국 2020년 6월 소녀상은 보호라는 이름 아래 바리케이드에 갇혔다"며 "그러나 시민들의 노력으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고, 역사 부정 세력의 대표 인물이 구속되면서 오늘 바리케이드를 걷어내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