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했지만, 그만큼 회사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의 책임도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일제약은 오너 2세 허강 명예회장이 아들 허승범 회장에게 삼일제약 주식 20만 주(0.92%)를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허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6.56%(142만3514주)에서 5.64%(122만3514주)로 줄어들었다. 허 회장의 지분율은 8.23%(178만4607주)에서 9.15%(198만4607주)로 늘어났다.
허 회장은 최근 회사 지분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7.83%에서 8.20%로 올린 데 이어 올해 들어서 다시 9.15%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지분 증여는 남은 지분 승계에 더욱 속도를 냄으로써 허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허 명예회장의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기반으로 허 회장의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허 회장은 1981년생으로 미국 트리니티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삼일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기획조정실장, 경영지원본부장, Growth Business 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이후에도 사장,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고 2022년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허 명예회장은 아들과 함께 각자대표이사로 있다가 2021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허 회장이 지분율에서 허 명예회장을 역전한 시점은 2019년으로 파악된다. 당시 허 회장은 허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은 데 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볼 때 삼일제약은 허 회장으로의 지분 및 경영권 승계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후반기에 접어든 셈이다.
다만 여전히 물려받아야 할 지분은 많다. 우선 허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은 여전히 5.64%에 달하는데, 1953년생인 허 명예회장이 고령에 접어든 만큼 지분 승계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한 허 회장의 어머니인 이혜연씨, 할머니(허용 창업주의 부인)인 이기정씨도 각각 2.20%, 2.31%의 만만치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발생할 증여세, 상속세 마련도 허 회장에게는 숙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오너 일가 지배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일제약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5.83%에 그쳐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2025년 말 기준 66.2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자사주를 우호지분 확대를 위해 쓰기도 했다. 삼일제약은 지난 2월 보유 자사주 46만2158주(2.13%) 중 14만1천 주(0.65%)를 현대약품의 자사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남은 자사주는 32만1158주(1.48%)인데, 이 중 대부분에 해당하는 32만589주가 2025년 4월 발행한 교환사채(EB)의 교환대상 주식으로 잡혀 있다. 교환 가능 기간은 2025년 5월16일부터 2028년 3월16까지인데, 교환청구가 이뤄진다면 교환대상 주식 역시 우호지분으로 전환되고 자사주는 569주(0.00%)만 남게 된다.
◆ 베트남공장 상업 가동에 사활 건다
무엇보다 허 회장에게 남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다. 이는 베트남 생산공장 가동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와 포트폴리오 개선에 달려 있다.
삼일제약은 2018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2020년 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은 2022년 준공됐고,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쳐 2024년 베트남 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완료한 이후 2024년 KGMP(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신청했다.
KGMP 인증 이후에는 애초 공장 설립 목적이던 안과의약품(점안제) CMO(위탁생산)·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또 국내 허가를 받은 제품의 생산도 가능하다.
다만 애초 2025년으로 예상했던 KGMP 인증이 지연되면서 늘어난 비용 때문에 악화된 실적은 허 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일제약은 공장 가동을 앞두고 투입된 인력 확충 비용과 설비 감가상각 비용, 품질 시스템 구축 비용을 선반영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2023년 65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2024년 1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222억 원의 적자로 전환했고, 순손익은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삼일제약은 올해 상반기 내 KGMP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유럽 EU GMP와 미국 cGMP 인증도 2027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렇게 글로벌 기준의 생산 인증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베트남 공장을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도입 의약품 위주의 내수 중심 사업을 꾸려가던 삼일제약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삼일제약의 연결기준 매출액 중 내수 비중은 99%에 달한다. 수출 비중은 1% 정도에 그친다.
허 회장은 국내 파이프라인 경쟁력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도입한 신약인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아람콜과 골관절염 치료제 로어시비빈트가 성과를 내길 기대하고 있다. 아람콜은 오리지널 개발사인 갈메드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로어시비빈트는 개발사인 바이오스플라이스가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냈다.
올해 1월 대만 제약사 포모사와 국내 판권 계약을 맺은 안과 수술 후 염증·통증 치료제(APP13007)도 있다. APP13007은 2024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삼일제약의 실적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