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리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 뒤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현실이 있다. 매년 반복되는 야생조류의 죽음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전력을 전달하는 전선이 다른 생명체에게는 죽음의 선이 되고 있다.
까치와 까마귀 자료사진 ⓒ픽사베이
최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대응 대상은 까치를 넘어 까마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까치와 까마귀로 인한 정전 사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전 대구본부에 따르면 조류로 인한 정전은 2023년 44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증가했다.
까마귀에게 전신주(전봇대), 전선은 먹이를 찾고 주변을 살피기 좋은 공간이자 도심 속 휴식처다. 그러나 몸집이 크고 지능이 높은 까마귀는 전신주와 전선 주변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합선을 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관련 법을 개정해 까마귀를 유해야생동물 관리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한전은 오는 6월까지 둥지 제거와 포획을 병행하는 등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전선 위에 까마귀들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한전이 매년 까치 포획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는 전력 설비 보호와 정전 사고 예방이다. 까치집이 전선과 접촉할 경우 합선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병원·공장·엘리베이터 등 주요 시설의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 모든 전신주를 지중화하거나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까치는 과거 길조로 여겨졌지만 도시 환경 변화와 천적 감소로 개체 수가 증가했다. 현재는 법적으로 유해야생동물로 관리되고 있으며, 특히 산란기인 2월부터 5월 사이에는 둥지 형성이 집중되면서 제거 작업이 활발해진다. 도심 지역에서는 총기 사용이 제한돼 한전 직원들이 직접 전신주에 올라 둥지를 철거하기도 한다.
포획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 현장에서는 사살된 조류의 부리를 제출하면 마리당 약 6천 원의 보상이 지급된다. 부리는 개체 수 확인을 위한 증빙 자료로 활용되지만, 실제로 전력 설비에 위험을 초래한 개체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2023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5년간 약 130만 마리의 조류가 포획됐으며, 같은 기간 포획 보상금은 약 8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조류로 인한 정전 사고는 2018년 33건에서 2022년 127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대규모 포획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포획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전선 구조를 개선하거나 조류 유도 둥지를 설치하는 등 인프라 자체를 바꾸는 데 투자하고 있다. 조류 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력 회사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조류 보호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도심에서는 안전 문제로 포획이 제한되고, 법적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포획 논란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둥지 제거와 설비 개선 등 비살상 방식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자연 환경을 바꾼 건 인간, 까치의 보금자리가 인간에겐 정전의 씨앗
울산 태화강 상공에서 떼까마귀가 날고 있다. ⓒ연합뉴스
조류가 전신주와 전선을 찾는 이유 역시 인간이 만든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도시에서 나무가 줄어든 상황에서 전선은 천적을 피하고 둥지를 틀 수 있는 대체 공간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는 특정 종의 행동뿐 아니라 개체 수 조절 방식에도 영향을 미쳐 왔다.
비슷한 사례로 한국에서는 1960~70년대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참새를 유해조류로 보고 대규모 포획과 사살이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인 피해 감소 효과와 별개로 생태계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까치와 까마귀를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의 일부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각종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는 도시 환경과 인간 중심적 시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해조류라는 개념 역시 생태적 기준이라기보다 인간의 생활 환경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분류에 가깝다.
정전 예방과 생태 보호 사이의 균형은 쉽지 않은 과제다. 우리가 정전으로 느끼는 불편함을 생명체의 죽음 등 포획으로 해결하기보다 공존을 위한 비용과 기술로 해결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