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후보 공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경기 하남갑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제주 서귀포시에,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인천 연수갑에 각각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두고 이들의 '연륜'이 당과 정치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흘러간 물'의 재소환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5월7일까지 후보 공천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30일 현재까지 후보를 확정한 곳은 4곳에 그친다. 전체 14개 보궐선거 지역 가운데 10곳이 여전히 공석인 셈이다.
박덕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에 추경호 의원을 확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까지 부산 북구갑과 대구 달성, 인천 연수갑, 경기 하남갑 등 9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후보자 공천 신청을 받았다.
경쟁력을 갖춘 후보들의 공천 신청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원희룡 전 제주지사,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과거 보수 진영 중진 정치인을 다시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 하남갑은 2024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에 1.17%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접전지로, 인지도와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유 전 의원과 같은 인물이 투입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2위로 탈락한 이후 뚜렷한 정치 활동 없이 사실상 야인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다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패해 낙선한 뒤, 사실상 정치 무대에서 물러났다. 황우여 전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또한 지난해 총선 선거관리위원장 역할 이후 정치 활동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인지도와 정치적 무게감을 갖춘 인물이 투입돼야 그나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 당내에서 나온다.
특히 유 전 의원과 황 전 위원장의 경우 친윤계와의 접점이 상대적으로 적어 기존 보수층의 반감을 덜 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별도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부산·대구·세종시장과 경북·강원도지사 선거 캠프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잇따라 추대되며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일부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 대안으로 인지도가 높은 김 전 장관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같은 보수진영의 개혁신당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조응천 전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추미애 후보를 겨냥해 "여의도 정치싸움에만 몰두했던 인물이다"라며 맹비난을 가했다. 개혁신당으로서는 추미애라는 거물급 후보에 맞설 대안으로 당내 인지도가 높은 조응천 전 의원을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비서관(왼쪽)과 전은수 전 청와대 대변인(오른쪽)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식에서 정청래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공천을 모두 마무리한 데 이어, 재보궐 지역에서도 전략공천을 중심으로 후보 배치를 사실상 완료하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젊은 피'로 대표되는 신규 인사를 대거 전면에 배치하면서 국민의힘 쪽과 크게 비교된다.
이재명 정부의 3대 국정과제 가운데 인공지능(AI) 분야를 담당했던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29일 부산 북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충남 아산을에는 전은수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전략공천됐고,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공천이 확정되며 선거 채비에 들어갔다.
이들은 42~49세로, 더불어민주당이 신선한 이미지의 젊은 인재를 전면에 내세운 인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