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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결제 환경 속 미성년자의 카드 사용이 확대되면서 편의성과 위험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내달부터 초6 신용카드, 초1 체크카드 발급 가능 : 우리 아이들, 경제 생활 괜찮을까?
초등학생이 신용카드를 내미는 모습이다. AI 합성 이미지.

다음 달부터는 부모의 동의가 있을 경우 초등학교 1학년(만 7살 이상)은 체크카드를 본인 명의로 발급받을 수 있고, 초등학교 6학년(만 12살 이상)은 가족카드 형태로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5월 4일부터 시행된다고 29일 밝혔다.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만 19살)의 신용카드 발급은 제한되어 있으나, 미성년자의 결제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가족카드 형태의 미성년자 신용카드 발급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현금 용돈보다 '엄카'로 결제하는 아이들의 현실 

내달부터 초6 신용카드, 초1 체크카드 발급 가능 : 우리 아이들, 경제 생활 괜찮을까?
현금 동전. ⓒ픽사베이

이번 제도 개편은 이미 변화한 결제 환경을 반영한 조치에 가깝다. 이른바 '현금 없는 시대'로 현금보다 카드 결제가 더 익숙한 사회가 됐다. 아이들의 용돈 역시 지갑 속 지폐가 아니라 앱과 카드로 오가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이런 가운데 부모의 카드를 아이가 대신 사용하는 이른바 '엄카(엄마 카드)', '아카(아빠 카드)'는 아이들의 소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왔다.

카드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구조는 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는 양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 금지돼 있다. 자녀가 카드를 사용하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카드사는 관리 책임을 이유로 명의자인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와 부모 사이에 법적 분쟁이 생기기도 했다. 

또 미성년 자녀가 쓴 카드 결제 건을 두고 원칙적으로는 타인 명의 카드 사용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어 가맹점이 결제를 거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도 종종 벌어졌다. 

정부도 이런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이번 제도 개편에 나섰다. 결제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책임의 기준을 분명히 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부모와 자녀 모두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부모 입장에서는 한도가 높은 성인용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가족카드를 발급받는 편이 오히려 더 안심이 될 수 있다. 자녀 명의의 가족카드는 월 이용한도를 통상 10만 원 안팎으로 설정할 수 있고, 유흥업소나 성인용품점 등 유해업종에서는 결제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지출 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통제 가능한 소비라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결제 편리함 뒤에 숨은 부채의 위험성

내달부터 초6 신용카드, 초1 체크카드 발급 가능 : 우리 아이들, 경제 생활 괜찮을까?
신용카드 자료사진. ⓒ픽사베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용카드는 체크카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체크카드는 계좌 잔액 범위 내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지출이 곧바로 줄어드는 구조를 체감할 수 있다. 반면 신용카드는 일종의 ‘외상’ 개념으로, 카드사가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사용자가 일정 기간 후 이를 갚는 후불제 방식이다. 이 때문에 아이 입장에서는 실제 지출의 무게가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고, 돈의 개념보다 결제의 편리함만 먼저 익히게 될 우려도 있다.

또한 미성년자의 신용카드는 본인의 소득이 아닌 부모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급된다. 아직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전부터 타인의 신용에 의존해 소비를 경험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자칫 신용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빌려 쓰는 돈'이라는 인식을 먼저 형성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비대면 결제 환경의 위험성도 쉽게 넘기기 어렵다. 자녀들이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거나 온라인 도박에 노출되는 사례는 이미 부모들이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여기에 학교폭력으로 카드를 뺏기거나, 또래 사이에서 벌어지는 금전 갈등까지 더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촉법소년 연령대(만 10살 이상~14살 미만)와도 겹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결제 편의성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허용할지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과 결도 비슷하다. 새로운 도구를 일찍 접하게 하는 것이 익숙함을 키울 수 있다는 점과 그에 따른 통제와 책임 문제 사이의 고민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성년자의 신용카드 사용은 실제 금전 거래와 신용 문제가 연결된다는 점에서 책임의 무게는 더 크다.

결제 도구보다 중요한 '금융 문해력'

내달부터 초6 신용카드, 초1 체크카드 발급 가능 : 우리 아이들, 경제 생활 괜찮을까?
교실 자료사진. ⓒ픽사베이

결국 문제는 ‘카드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카드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더 가깝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미 결제 자체에는 익숙하지만, 돈의 흐름과 신용의 무게를 이해하는 속도는 이에 비해 느린 편이다. 결제 수단은 빠르게 진화했지만 금융 교육은 여전히 교과서 속 개념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 이해도가 낮을수록 신용카드 사용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나 연체 등 비합리적인 소비 행동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용의 기초와 소비 기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 개인정보 보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카드를 먼저 쥐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결제 수단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습 과정일 수 있다. 결제 수단의 확대 자체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금융 문해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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