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과거의 불투명한 관행을 끊어내고 '유리 지갑'을 자처했다.
고액의 식사비를 장부상 소액으로 맞췄다는 의혹을 받으며 불투명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복현 전 원장 시절의 그림자를 지우고, 도덕적 해이를 원천 차단해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월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개 국내은행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8월 취임한 시점부터 올해 3월까지 8개월 동안 사용한 업무추진비의 총액은 1668만 원이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평균 209만 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기관장 업무추진비 세부집행내역'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 원장이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달은 올해 3월로 모두 238만 원을 사용했다. 반면 국정감사가 진행됐던 지난해 10월에는 163만 원을 써 지출 규모가 가장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집행 내역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결제 금액뿐만 아니라 사용 목적과 대상 식당의 상호명까지 공개했다.
주요 사용처는 금감원 본원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일대의 음식점들이었으며, 대부분의 지출은 내부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거나 금융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발생했다. 취임 초기인 지난해 8월에는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애쓰는 합동대응단을 격려하기 위한 간담회 비용으로 162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번 자료 공개는 이 원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한 것이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전 원장이 3년의 임기 동안 9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쓰면서도 고가의 음식점에서 결제한 금액을 매번 1인당 3만 원 이하로 기재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원장은 행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금감원은 이복현 전 원장의 업무추진비 세부 내역을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 법적 다툼을 중단하고 상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