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NCSOFT)'가 1997년 창업 29년 만에 '엔씨(NC)'로 다시 태어났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는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 안건을 통과시키며 "게임 개발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과 정보통신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단순히 이미지 변신 차원에서 회사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니란 얘기다. 게임업계에서는 NC의 사명 변경이 NC가 수년 전부터 내세운 글로벌 시장 전략을 강조하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게임사'는 NC의 사업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꾸준히 언급돼온 목표다. 그간 NC는 60%가 넘는 내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이라는 눈높이에 도달할 방도를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다만 그 노력이 사업적 측면에 그칠 뿐 근본적 지배구조 개선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도 NC는 김택진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를 해결하지 않았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NC는 국내 게임회사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NC는 ESG에서 '유일', '최초' 기록을 여럿 세워왔다. NC는 한국ESG기준원의 ESG 등급 평가에서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A등급을 받은 국내 유일한 게임사다.
글로벌 ESG 평가도 국내 게임사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2026년 ESG 평가에서 NC에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AA등급을 유지했다가 올해 한 단계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NC는 게임업계 최초로 ESG위원회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게임업계에 아직 생소했던 'ESG경영'을 내걸고 2021년 역시 게임업계 최초로 지속가능보고서 'ESG플레이북 2020'을 펴냈다. 게임업계에도 ESG가 화두로 자리잡는 데 NC의 영향이 컸다.
이런 NC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것은 지배구조의 근간인 이사회다. 창업 이래 NC는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문제가 한 번도 해결되지 않고 이어져왔다.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NC는 김택진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근거로 "개발과 경영 양방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전문성 측면에서 당사 이사회 운영에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지배구조 모범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한국ESG기준원은 ESG 모범규준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것을 권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을 경우 사외이사의 권한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NC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에 김택진 대표를 포함시켰던 전력이 있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취약하단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이 문제는 2019년 김택진 대표가 사추위에서 빠지면서 일부 해소되는 듯했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 사안인 이사회 의장 겸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총 시즌에도 NC는 대표이사를 의장과 분리하거나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는 자산 규모 2조6천억 원에 달해 상법상 대규모 상장법인 기준을 훌쩍 넘는 NC의 기업 규모에 걸맞은 처사로 보기 어렵다.
NC 이사회의 구멍은 다른 게임사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넷마블은 방준혁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지만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지 않다. 크래프톤 또한 장병규 사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두고 있지만 대표이사와는 직을 분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