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 절반 이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전쟁을 '가치없다'고 평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중동전쟁 역대 사례와 비교하면 전례 없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 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 앞에서 도어대시(DoorDash)를 통해 주문한 맥도날드 음식을 받은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글로벌 매체 로이터의 공동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51%가 이란전쟁이 '가치 없는 전쟁'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란전쟁이 '비용대비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24%에 불과했고, 응답자의 22%는 '판단을 유보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2026년 4월10일~12일 미국 18세 이상 성인 1019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대표 확률 표본을 기반으로 실시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6%포인트).
이를 두고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면 국민은 늘 대통령 뒤에 섰다'는 불문율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중동에서 치렀던 걸프전 및 이라크 전쟁과 비교해보면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아버지 부시의 걸프전(1990~1991년) : 명분이 뚜렷했던 전쟁이 남긴 교훈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AI 이미지
걸프전은 1990년 8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법 위반을 이유로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라크는 거부했다.
이에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33개 나라 다국적 연합군을 이끌고 투웨이트에 상륙했다. 1991년 1월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은 6주 만에 끝났고, 쿠웨이트는 해방됐다.
LA타임스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때 미국 국민들은 '침략자 응징'이라는 명분에 감화돼 약 79%가 지지를 보냈고, 지상전 개시 뒤에는 81%까지 지지세가 올랐다.
유엔 안보리 결의라는 국제적 정당성, 다국적 연합이라는 집단행동의 틀, 그리고 6주라는 짧은 전쟁 기간이 미국 시민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걸프전 개전 직전에 갤럽 여론조사에서 이미 미국 시민들은 60%에 가까운 지지를 보낸냈다. 이는 개전의 힘이 됐고 전쟁은 승리로 끝났다.
이런 이유로 걸프전은 이른바 '국기 주위로 결집(Rally Around the Flag)'이 완벽하게 작동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아들 부시의 이라크 전쟁(2003~2011년) : '거짓 명분'에도 초기 지지받은 전쟁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 20일 워싱턴D.C.의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3년 3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으며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라크를 침공했다.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직접 증거를 제시했지만 유엔 사찰단은 대량살상무기의 흔적을 찾지 못했고 프랑스와 독일 등의 나라는 미국의 공격에 반대했다.
미국은 결국 영국과 함께 이라크 전쟁을 시작해 3주 만에 바그다드를 함락하면서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 뒤 이라크는 종파갈등 등으로 인한 장기 내전에 들어갔고 미군은 2011년 12월15일 최종 철군까지 8년을 더 싸워야 했다. 이 과정에서 4487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이라크 민간인 11만3680명도 목숨을 잃었다.
결과는 나빴지만 이라크 전쟁은 개전 초기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모두 70% 대 지지율을 보였다.
미국 민간정책연구기관 브루킹스연구소 자료를 보면 이라크 전쟁의 지지율은 갤럽조사 기준으로 개전 당시 72%의 지지율을 보였고 초반 전투가 이어지는 내내 그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2001년 있었던 9·11 테러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더구나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테러와 전쟁'의 연장선으로 포장하는 데 일정하게 성공했다.
물론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전쟁 뒤 이라크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라크 전쟁을 진행할 가치가 없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것은 개전 3년 뒤인 2006년의 일이였다. 민심이 돌아서기까지 3년이 걸린 셈이다.
비록 거짓명분으로 진행된 이라크 전쟁이었지만, 광번위한 지지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행한 이란전쟁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의 이란전쟁(2026년2월~) : 완전히 다른 전쟁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이란전쟁은 처음부터 반대가 더 많았고 전쟁이 시민 개개인의 삶을 경제적으로 직접 위협했다는 점에서 기존 전쟁들과 차이를 보인다.
이란전쟁은 이전 걸프전 및 이라크 전쟁과 다르게 처음부터 반대가 더 많았다. 로이터와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이란전쟁 개시 당시 반대한 응답자는 43%에 이르러, 걸프전과 이란크전쟁이 초기에 각각 79%와 72%의 지지율을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깝다.
앞선 전쟁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을 개시할 때 명확한 명분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개전 과정에서 선전포고도 없었고 다른 동맹국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행동했다.
또한 이란전쟁은 전쟁 초기부터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입소스에 따르면 3월6~9일 온라인 조사에서 미국인의 67%가 '1년 안에 주유비가 오를 것이다'고 답했다. 또한 4월10~12일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54%는 '이란전쟁이 내 경제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이는 세계 원유수송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전쟁으로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란전쟁은 개전 7주 만에 국민 절반 이상의 반대를 불러오는 불명예를 안았다. 걸프전은 명분있는 단기전이었고, 이라크전쟁은 여론이 등을 돌리는데 3년이 걸렸다. 역사상 미국의 어떤 전쟁도 이처럼 빠르고 넓게 민심을 잃은 전쟁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간선거 패배는 곧장 레임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