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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최근 은행권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요소들이다.

NH농협은행 이사회는 최근 은행권의 주요 과제들에 필요한 역량에 맞춰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농협 특유의 조직 구조를 반영한 '비상임이사' 제도는 여전히 농협은행의 이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농협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필요한 인사라는 방패와, 농협중앙회가 농협은행, 나아가 농협 금융계열사 전체에 지나친 영향력을 투사하는 데 따른 이사회 독립성 약화라는 창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K-은행 이사회 점검] 농협은행장 강태영 선임 때 논란은 이사회 구조와 무관할까, ‘비상임이사’의 인사개입 가능성 차단 필요
농협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측면에서 금융권의 시대적 과제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강태영 농협은행장. ⓒ농협은행

◆ 디지털부터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까지,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는 사외이사 진용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이사회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에 커다란 변화를 주지 않고 인원 등을 그대로 유지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함유근, 차경욱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역시 임기 만료가 임박한 이신형 비상임이사 역시 재선임했다. 사외이사 4명, 비상임이사 2명, 사내이사 1명, 상근감사위원 1명의 구조를 인물의 변화 없이 그대로 끌고 간 것이다.

농협은행의 이사진의 구서 커다란 변경이 없었지만, 이사회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면면을 살펴보면 디지털, 소비자보호, 내부통제라는 금융권의 시대적 과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재선임된 함유근 사외이사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데이터산업포럼 분과위원을 지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로, 은행권의 핵심 과제인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와 디지털 혁신 분야에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다. '농협은행 DT부문장' 출신인 강태영 현 은행장과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소비자 보호 및 내부통제 영역의 전문성도 탄탄한 편이다. 차경욱 사외이사(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한국FP학회장을 역임한 소비자 전문가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중요성이 크게 높아진 리테일 고객 권익 보호와 관련해 이사회에 통찰력을 더하고 있다. 남성의 비율이 87.5%로 매우 높은 농협은행 이사회에서 '여성'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홍기 사외이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 내부통제 TF 위원으로 활동한 법률 전문가로, 최근 중요성이 부각된 은행권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점검하고 조언하는 데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여기에 장인환 사외이사(대통령실 사회수석실·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출신) 역시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무적 감각을 더하고 있어 이사회의 전문성이 다각화되어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사진들의 임기가 일괄적으로 3월, 혹은 12월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3월 말, 5월 말, 6월 말 등으로 분산돼있는 것 역시 농협은행 이사회의 강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 CEO와 이사 사이 임기 공유에 따른 이사회 독립성 저하, 이사회의 공백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들의 임기 종료를 분산시키는 ‘시차 임기제’를 권고하고 있다. 

◆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의 밀접한 연결고리, '비상임이사'는 이사회의 뜨거운 감자

다만 지배구조 관점에서 고민해봐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바로 이신형 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과 김광수 현 일동농협 조합장 등 2명으로 구성된 '비상임이사' 체제가 지닌 양면성이다.

농협은행의 비상임이사는 농협중앙회와 매우 밀접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김광수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장의 선거권을 지닌 농협중앙회의 최상위 권력 기반이다. 농협중앙회는 1천 개가 넘는 지역 농축협이 모여 만든 연합체로, 지역 농협의 '조합장'들이 곧 농협중앙회를 구성하는 실질적 주인이자 유권자다.

실제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바로 다음날인 2024년 3월12일, 첫 공식일정으로 김광수 조합장이 있는 일동농협을 찾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신형 비상임이사는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농협캐피탈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금융 현장과 농협중앙회 양쪽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문제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지배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경영 관여나 '인사 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앙회의 지주 및 자회사 인사와 관련한 잡음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왔다.

현 강태영 은행장 선임 당시 제기된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강 행장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같은 경상남도 출신으로, 강호동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중앙회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 중용 등 강호동 회장의 측근 기용 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던 상황에서 강 행장의 선임이 결정되면서, 강 행장의 선임 역시 강호동 회장의 측근 인사가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계열사들에게 인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금융당국의 우려, 그리고 노조의 반발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사가 진행된 것을 두고, 이사회의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인 임원, 특히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짙게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3월9일 발표된 ‘농협중앙회 등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에서 “농협 중앙회 및 경제지주 산하 17개 계열사의 비상임이사 195명 가운데 회원 조합장 출신이 159명”이라며 “회원조합이 계열사 사업의 잠재적 고객임에 따른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고 보은성 인사 등도 우려된다”고 보기도 했다.

◆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되는 임추위 구성의 한계, 실질적 독립성 확보는 어떡하나

실제로 중앙회와 밀접한 연결고리를 지닌 김광수 비상임이사는 현재 사외이사 2명(함유근, 차경욱)과 함께 농협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포함되어 있다. 은행의 임원 후보 추천 과정에서 중앙회의 의중이 반영될 여지가 적지 않은 구조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임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은 물론 부산·경남은행, 광주·전북은행, iM뱅크 등 지방은행 등도 100% 사외이사로 채워진 임추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농협은행의 임추위 구성(사외이사 2인·비상임이사 1인)은 업계 스탠다드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다. 협동조합 특수성을 내세운다 해도, 중앙회와의 연결고리를 지닌 인사가 임원 후보 추천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는 이사회 독립성의 본질적 취지와 충돌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사회 차원의 사안은 아니지만, 중앙회의 영향력이 공식 지배구조 바깥의 경로로도 행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도 있었다. 최근 검찰 수사 결과, 직접적인 인사 권한이 없는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중앙회 의견 반영'을 명분으로 은행 대출 심사 부서장 인사에 관여해 기소된 사건이다.

이는 비상임이사를 매개로 한 중앙회의 입김이 자칫 은행의 자체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비상임이사라는 공식 채널이 중앙회와의 연결고리로 기능하는 구조에서 비공식적 개입까지 더해진다면 은행 내부통제의 실질적 독립성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는 최근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과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합동 특별감사에서 강호동 회장의 일부 비위 혐의 등이 지적받은 것을 두고, 권한이 집중된 중앙회장 체제 전반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이사회가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는 사외이사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지배구조 체계 때문에 경영의 독립성을 온전히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농협은행의 특수한 위치, 비상임이사 제도의 필요성도 분명

다만 농협이라는 그룹의 특수성을 살피면 비상임이사 제도의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농협은행은 창출한 수익을 전국 농민과 지역 농축협에 환원(농업지원사업비)해야 하는 특수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시중 은행과 달리 ‘농협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특수은행이다. 영업이익에서 일반 배당 외에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농협은행 이사회의 책무는 단순히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공적 목적을 함께 달성해야 하는 ‘이중 책무’ 구조에 놓여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농협은행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농업 금융 축소 등의 결정을 내리려 할 때, 농협중앙회 출신의 비상임이사가 이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의 특수성 때문에 지역 단위농협 조합장 등이 농협은행의 이사회에 참여해 중앙회와 현장의 목소리를 은행 경영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며 “농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야한다는 필요성과 농협중앙회의 지나친 입김 문제가 충돌하는 비상임이사의 ‘이중성’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농협은행을 넘어 농협금융계열사 전반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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