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롯스럽다’는 말은 기묘한 메뉴를 향한 조롱에 가까웠다. 그러나 롯데리아는 이 비난을 지우는 대신 끌어안는 길을 택했다.
브랜드를 놀리던 유투버 침착맨을 광고 모델로 세우고, ‘무근본’이라는 평가를 오히려 콘텐츠로 전환했다. 조롱의 언어를 스스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제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롯데리아는 최근 들어 ‘형식 파괴’ 중심의 실험에서 벗어나, 기본에 기반한 실험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출시된 신제품에서도 확인된다.
롯데리아가 17일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이찬양 셰프(삐딱한 천재)와 협업한 신메뉴 '번트비프버거'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롯데GRS
17일 롯데GRS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이날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삐딱한 천재(이찬양 셰프)’와 협업한 신메뉴 ‘번트비프버거’를 선보였다.
겉보기에는 번을 그을린 듯한 파격적인 비주얼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타지 않으면서 훈연 풍미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순비프 패티에 캐러멜라이즈드 어니언을 더하고, 브라운버터 오일로 풍미를 끌어올리는 등 패스트푸드 대비 맛 설계를 한층 정교화한 점이 특징이다.
앞서 침착맨과 협업해 출시한 ‘통다리 크리스피 치킨 버거’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닭다리 한 조각을 통째로 넣는 직관적인 구성으로 패티의 식감과 볼륨이라는 ‘버거의 본질’을 강화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만족도를 극대화한 설계다.
과거처럼 실험적이고 낯선 조합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본적인 맛과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차별화를 얹는 방식으로 실험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롯데리아는 오랜 기간 ‘삐딱한 실험’을 이어오며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해왔다. 1990년대 후반 ‘라이스버거’는 햄버거의 기본 구조를 흔드는 상징적인 시도였고, 이후에도 ‘라면버거’, ‘우엉버거’ 등 파격적 메뉴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청주 매운맛 만두’, ‘우이락 고추튀김’, ‘신길동 디지게 매운 돈까스’ 등 외식 브랜드와의 협업 메뉴, ‘왕돈까스버거’, ‘얼라이브 버거’ 등 이색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롯스럽다’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화제성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기 판매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리 공정의 복잡성과 원가 부담, 극단적으로 갈리는 호불호가 한계로 작용한 결과다.
최근에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제품 설계에 반영해, 기본기를 유지하면서도 ‘롯스러움’이라는 정체성을 동시에 가져가려는 방향으로 전략이 조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점은 제품이 안정성을 찾아가는 동안, 마케팅은 오히려 더 과감해졌다는 것이다. 침착맨 협업처럼 브랜드를 스스로 희화화하며 ‘롯스러움’을 극대화하는 한편, 이찬양 셰프의 ‘삐딱한 천재’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실험적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롯데리아의 ‘TTF(Taste The Fun)’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경험과 스토리를 함께 소비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롯스러움’은 메뉴를 넘어 커뮤니케이션 전반으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