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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4월16일이 돌아왔다. 2026년의 봄볕은 따스하지만 안산과 팽목항, 그리고 국회 앞 공기는 여전히 무겁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고 고등학생이었던 생존자들은 어느덧 서른을 앞둔 성인이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안전의 시간표는 여전히 그날의 조류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허프 생각] 12년 전 세월호 앞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물었다, 이제 '생명안전기본법'으로 답해야 한다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둔 1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12주기에 이어 이태원 참사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 공동체에 던져진 과제는 명확하다. 이미 터진 재난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의 생명을 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분기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생명안전기본법안’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 패러다임은 철저히 국가 중심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수습의 전권을 쥐고, 피해자들은 그저 국가가 베푸는 보상과 보호를 기다려야 하는 ‘수혜자’에 머물렀다.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조사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는 종종 ‘감정적 대응’이나 ‘행정적 비효율’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참사 이후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세울 때마다 “이미 법이 있는데 왜 또 만드느냐”는 효율성을 강조한 논리가 등장하면서 진상규명 과정을 정쟁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그 결과 우리는 12년이 지나도록 재난 대응을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발의된 생명안전기본법안은 안전을 국가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시민이 당당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인 ‘안전권’으로 정립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생명안전기본법안이 제정된다면 국민은 위험 정보에 접근할 ‘알 권리’를 갖고, 참사 발생 시 원인 규명 과정에 직접 참여할 ‘조사 참여권’을 보장받는다. 또한 국가가 안전을 소홀히 했을 때 시민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난 11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서 “이태원, 오송 참사와 아리셀 공장 화재 등 이름과 장소만 바뀔 뿐 국가가 지키지 못한 생명들의 이름은 계속 늘고 있다”며 “국회는 돈보다 사람의 생명이 먼저라는 상식을 국가의 약속으로 못 박는 생명안전기본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두고 행정 조직의 비대화 등을 우려한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면서 반대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난 12년 동안 목격한 가장 참혹한 ‘비효율’은 무엇이었나.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지출해야 했던 천문학적인 사고 수습 비용, 무너진 공동체의 신뢰를 복구하기 위한 소모적인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생명들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안전기본법안이 규정한 ‘예방적 투자’와 ‘조사 체계’의 구축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참사 이후에 쏟아부어야 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사전에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안전 보험’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죽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는 ‘사후약방문’식 정치를 끝내는 길이기도 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올해 2월 발간한 생명안전기본법 보고서를 통해 “대형재난이 반복되면서 사고조사의 공정성과 피해자 권리 보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법안 처리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우리는 "국가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2026년 국회는 이제 그 질문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답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은 12년 전 별이 된 아이들에게, 그리고 지금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시민들에게 국가가 건넬 수 있는 최소한의 약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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