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그룹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가 시장의 여러 비판과 함께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까지 받으면서 김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
최대주주(36.9%)인 모회사 한화도 8천억 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한화솔루션 '책임경영'을 약속한 상황에서 김 부회장의 청사진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과 한화의 건설부문의 실적 회복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한화그룹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정정요구에 성실히 답해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솔루션은 7월 초까지 유상증자 관련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4월9일 금감원은 한화솔루션에 2조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행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자본시장법 제122조 제6항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당초 계획이 철회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과 '다른 자금조달 대안이 부재했던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라고 요구받았다.
한화솔루션은 6월 정기 신용평가 시기에 앞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신용등급을 방어해 이자부담 등을 키우지 않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는 점, 다른 자금조달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점 등을 유상증자 결정의 이유로 소명하겠다는 방침을 뒀다.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솔루션의 모회사이자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에 모두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는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을 향한 시장 평가가 그룹 전체 가치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미 방산·조선부문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수한 성과가 한화를 평가하는 데 반영됐고 한화솔루션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화의 순자산가치(NAV) 확장은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독으로 주도하고 있다"며 "한화의 투자 매력을 높이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의 포트폴리오의 NAV 확장이 필요하고 결국 한화솔루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한화도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기존 지분율의 120%까지 초과 청약하기로 결정했다. 김 부회장이 모두 8439억 원에 이르는 현금을 쏟아붓는 '책임경영'을 앞세워 그룹 전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회사의 자금조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김 부회장이 유상증자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사업과 한화 자체사업으로서 건설부문의 실적 회복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 이후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실적 회복을 통해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한화는 14일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관련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을 향한 해명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과거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직후에도 단기 우려가 컸다"며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강력한 실적 반등(턴어라운드)를 시현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돌려주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대입해보면 김 부회장이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주주들에게 줬던 이익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의 실적 반등이 절실한 셈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2023년 11월 2조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7월 4조2천억 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두 계열사에서 조달한 현금은 대부분 사업 관련 투자에 활용했고 우호적 업황과 함께 실적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유상증자 자금 납입일부터 전날 종가 기준 두 계열사의 주가는 한화오션이 6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5% 이상 높아졌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1분기 한화솔루션 부문에서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이 확인됐고 2분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로 예정된 1분기 실적발표부터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4천억 원대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던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태양광 포함)은 1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속해서 그 규모를 높여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회사 한화도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회사 유상증자에 힘을 싣는 만큼 건설부문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화는 자체사업으로 건설부문과 글로벌부문을 지니고 있으며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의 62%를 건설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한화는 4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 등 비핵심자산을 유동화해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워 영업이익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1303억 원에 불과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탓에 재무적 부담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사업부문에서 이익창출력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으로 꼽힌다.
한화 IR자료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692억 원, 영업이익률 2.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형 사업장이 준공된 탓에 올해도 외형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수주잔고(약 21조 원)의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8조7천억 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공사재개 여부와 중동 전쟁에 따른 공사비 상승 압박이 올해 수익성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재개를 놓고 현지 국무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 자체사업인 건설부문은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이 재개되면 건설부문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현재 중동 전쟁 리스크로 국무회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라며 "이번 유상증자 참여 재원을 비핵심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조달해 회사의 재무안정성 및 사업역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중장기 사업전략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