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가톨릭 신자를 자처하는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성모독 논란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반면 교황을 향해 '신학을 공부하라'라고 훈계하는 듯한 발언까지 내놨다.
정치적 이해 앞에 신앙의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위), 레오 14세 교황 ⓒAFP/AP/AFP/연합뉴스
A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1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에 있는 조지아대학교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하느님은 칼을 휘두르는 자들의 편에 서지 않으신다"고 말한 교황의 전쟁 비판 메시지를 반박했다. 그는나치로부터 프랑스를 해방시키고 홀로코스트 수용소의 포로들을 구출한 미군 사례를 들며 "어떻게 하느님이 칼을 휘두르는 자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성직자가 신학적 의견을 피력하려면 그것이 진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교황의 전쟁 반대 메시지를 부당한 정치적 참견으로 치부했다.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이 2026년 4월14일 화요일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의 조지아대학교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 투어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또한 밴스 부통령은 2019년 가톨릭 개종 당시 자신의 세례명으로 선택한 성 아우구스티노의 '정당한 전쟁론'을 논거로 끌어와 이란 전쟁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전쟁론은 방어권과 민간인 보호 등을 조건으로 삼지만, 교황청은 현대전의 파괴력이 이러한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정당한 전쟁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꾸준히 펼쳐왔다.
밴스가 이처럼 이란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동안 청중석에서는 "예수는 대량 학살을 지지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왼쪽).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교황 레오 14세를 비판한 뒤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예수 합성 AI(인공지능) 이미지를 올렸다. ⓒAFP/연합뉴스
이처럼 '신학적 엄격함'을 강조했던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수 AI(인공지능) 합성 이미지 논란에는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SNS에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비견하는 이미지를 게시해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산 직후, 밴스 부통령은 다음 날인 1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농담을 건넨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그 농담을 이해하지 못해 삭제한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이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즐기며 그것이 장점 중 하나"라며 "여과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고 '솔직한 소통'으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교황 레오 14세가 14일(현지시각) 알제리 안나바의 성 아우구스티노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이 '정당한 전쟁론'을 주장한 가운데, 교황 레오 14세는 같은 날 알제리 안나바의 성 아우구스티노 대성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랑"이라며 평화를 역설했다.
올해 70세인 교황 레오 14세는 지난해 5월8일 교황으로 선출됐으며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다. 레오 14세는 시카고 가톨릭 신학 연합(CTU)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로마 성 토마스 아퀴나스 교황청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수십 년간 페루의 신학교에서 교부학과 윤리 신학을 가르치고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원장까지 역임했다. 개종한 지 수년 된 정치인이 10년 넘게 정규 교육과정에서 신학을 연구하고 신학 교육에 헌신해 온 성직자에게 '신학적 진리'를 운운하며 훈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