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 재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 500이 이란전쟁 중의 낙폭을 모두 만회했고, 국제유가는 협상 낙관론에 급락했다. 주식과 석유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후 행보를 간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연합뉴스
한국시각 16일 오전 마감된 뉴욕증시에서 S&P 500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0.8% 상승한 7022.95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1.59% 상승한 24016.02로 마감하면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 코스피도 같은 날 6226.05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전장보다 134.66포인트(2.21%)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미국증시의 랠리가 한국시장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증시에 훈풍이 부는 배경에는 이란전쟁이 종전을 향해 가고 있다는 낙관적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스테파노 파스칼레 주식 파생상품 전략팀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시장은 최악의 분쟁 국면을 이미 지났다고 가정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판을 깨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부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협상을 완수해야 할 유인이 충분하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시장의 종전 기대는 국제유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기준점이 되는 브렌트유는 현지시각으로 14일 배럴당 94.79달러로 4.6% 하락한 뒤 15일에는 배럴당 94.93달러를 기록해 전장보다 0.1% 오르는 데 그쳤다. 서부텍사스산원(WTI)도 14일 배럴당 91.28 달러로 전장대비 7.9% 급락한 뒤 15일 1센트 올라 보합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최근 며칠간 미국과 이란이 종전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에 주목하며 적극적인 매수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오른쪽)과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이 15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EPA=연합뉴스
지난 주말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협상은 합의 없이 종료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과 종전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말까지 이란과 합의 도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4일 뉴욕포스트와 전화인터뷰에서도 "앞으로 이틀 안에 뭔가 일어날 수 있고 우리(미국)가 그곳(협상테이블)으로 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과 미국 사이 물밑 대화가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자신감을 더욱 불어넣은 셈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도 14일 미국 정부관계자 2명을 인용해 종전협상에 진전이 있어 이란과 기본합의에 점차 다가고 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예의 중재로 휴전 만료시점인 21일 이전에 남은 이견을 해소하고 기본합의에 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도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로이터는 15일(현지시각) 이란 측 입장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최근 미국과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영해를 지나는 선박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시장이 종전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과정에서 나타나는 좋은 신호뿐만 아니라 미국의 법적 시한도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전쟁권한결의법(War Powers Resolution)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최대 60일 동안만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이란전쟁의 개시일인 2월28일로부터 60일은 4월28일이다.
주식시장과 국제유가 투자자들은 이 법적 마감일이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을 지니고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는 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전쟁권한결의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지속을 의회로부터 승인받거나 중단해야 한다"며 "60일의 시한이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