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등 중동 내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명 이상이 빈곤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각) 레바논 티르의 아바시예 지역에서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어부들이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개발계획(UNDP)은 13일(현지시각) 발표한 정책 보고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 고조 : 세계 개발의 역전과 정책 대응 방안'을 통해 "중동발 갈등의 여파로 전 세계 162개국에서 수천만 명이 빈곤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가 에너지 가격 급등, 식량난, 경제 성장 둔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엔개발계획은 이란-미국 전쟁이 6주째로 접어들며 갈등의 양상이 급성에서 지속적 단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취약 국가들의 빈곤 심화 위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32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대상은 걸프 지역(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이란 등)을 포함해 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케냐, 탄자니아 등), 소도서 개발도상국(SIDS) 등 재정 기반이 약한 국가들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속 2주간의 휴전 기간 중, 1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엔겔랍 광장에서 열린 반미·반이스라엘 집회에서 테헤란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산더 더 크로 유엔개발계획 총재 겸 유엔 사무차장은 "전쟁은 발전을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며 "분쟁은 국가들이 수년에 걸쳐 쌓아온 성과를 단 몇 주 만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분석은 중동 분쟁 격화의 충격이 직접적인 피해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을 감당할 재정 여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들에 불균형적으로 전가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국가에는 지금 당장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과 보건·교육·일자리 같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이 강요되고 있다"며 "조기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장의 생존(물가)을 위해 미래의 성장 동력인 교육·보건을 희생해야만 하는 국가들의 가혹한 현실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개발계획은 개발도상국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선별적 현금 지원 등의 즉각적인 대책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약 60억 달러(한화 약 8조) 규모의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개발계획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다룬 추가 분석 보고서도 추후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