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천당제약에서 일어난 상황들을 보면 기업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일반인이 해석하기 어려운 정보를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신뢰’ 구축이 핵심이라는 교훈을 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2026년 4월6일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천당제약은 올해 들어 회사의 핵심기술 및 성장동력과 직결되는 대형 계약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지난 3월30일에는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제품의 미국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제품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치료제 리벨서스와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제네릭이다.
삼천당제약은 앞서 2월에도 유럽 11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경구용 GLP-1 독점 라이선스 및 상업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삼천당제약은 정확한 세부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 계약 규모를 제시하면서 실적을 과시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미국 계약에 대해서는 최초 마일스톤 1억 달러(1508억 원)만 확정됐을 뿐인데도 “미국 시장 규모가 약 80조 원에 달하고 10년간 15조 원의 매출을 예상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유럽 계약 역시 계약금 및 마일스톤 3천만 유로(약 508억 원)만 정해졌는데도 총 5조3천억 원 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이후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개발과 경구용 인슐린 임상 단계 진입 사실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단백질 또는 펩타이드 약을 먹는 알약으로 바꾸는 자체 경구용 플랫폼 ‘에스패스(S-PASS)’를 핵심기술로 소개했다. 에스패스를 활용하는 경우 노보 노디스크의 제형 특허를 우회할 수 있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아울러 경구용 인슐린은 그간 글로벌 빅파마들도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던 제품이어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체 신기술을 통한 대형 계약을 발표하면서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2025년 연말 23만2500원(종가 기준)이던 주가는 유럽 계약 발표일인 2월26일 75만7천 원이 됐고, 3월25일에는 1백만 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미국 계약이 발표된 3월30일에는 118만4천 원까지 상승했다. 이날 주가는 역대 최고가인 123만3천 원을 찍었다.
하지만 주가는 31일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4월8일에는 48만5천 원에 이르렀다. 반토막 이하로 폭락한 것이다.
◆ 해명 나섰다가 의혹만 키운 삼천당제약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는 우선 ‘계약 부풀리기’ 의혹이 꼽힌다. 이 회사 전인석 대표이사 사장은 3월24일 증여세 납부를 위해 2500억 원 규모의 보유 주식을 4월23일부터 5월22일까지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미국 계약 내용이 공시되자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대주주 이익을 위해 계약 내용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블록딜 계약을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전 사장이 주주 대상 서한에서 한 말은 주주들의 의심을 키우는 근거가 됐다. 당시 전 사장은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협상은 이제 결실을 맺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당장 며칠 안에 회사의 체급을 완전히 바꿀 중대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들은 회사 경쟁력의 핵심인 에스패스 플랫폼의 실체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한 매체는 이 플랫폼을 삼천당제약이 아닌 대만 바이오기업이 개발했고 특허도 이 회사가 출원했으며 삼천당제약과는 아무런 지분 관계도 없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의혹이 확산되자 전 사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 사장은 미국 계약과 에스패스 플랫폼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로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전 사장은 에스패스의 실체와 특허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제네릭 지위를 인정했다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제품의 약동학(PK) 및 생동성 데이터 등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간담회의 하이라이트는 전 사장을 대신해 주요 기술과 특허 구조 등을 설명한 인물이 본인의 정체 공개 요구를 거부한 장면이었다. 나중에 이 인물은 외부 컨설팅업체 대표로 밝혀졌는데, 핵심 사안에 대해 회사 내부 인원이 아닌 외부 인물이 해명하는 모습은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전 사장은 결국 지분 블록딜 계획도 6일 취소했다. 그럼에도 추가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 기업의 신뢰 쌓기 노력과 정부 제도개선 필요
이번 삼천당제약 사태는 비단 이 회사뿐만이 아니라 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장되고 있다. 보유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데이터는 최소한으로 전달하면서도 실적과 사업화 성과는 부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사익만을 추구하고 신뢰는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벤처기업의 싹을 잘라 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자는 지금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혁신 가능성을 보고 이뤄지기 때문이다. 향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객관적인 데이터로써 주주 및 고객과 더 진솔하게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당국의 제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더 많은 상세한 정보를 더 쉬운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마침 정부가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을 위한 TF’를 꾸리고 공시 전반의 개선 과제를 논의한다고 한다. 질 좋은 정보는 쉽게 얻고 과도한 낙관은 단호하게 거를 수 있는 개선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