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도세호 삼립 각자대표이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내부 쇄신에 나선 가운데, 핵심 사업장인 시화공장에서 또다시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사명을 ‘삼립’으로 바꾸고 체질 개선을 공식화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도 대표가 ‘소방수’로 투입된 이후에도 사고가 이어졌던 동일 사업장에서 또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최우선’이라는 경영 기조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도 대표는 비알코리아와 파리크라상, 상미당홀딩스에 이어 지난달 삼립까지 맡으며 주요 계열사를 폭넓게 총괄하고 있다. 각 계열사에서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주요 의사결정 전반에 관여하는 구조다.
또한 그동안 SPC그룹의 주요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전면에 나서 수습을 맡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시화공장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며, 취임사에서도 “안전 최우선 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과거 사고의 수습 책임을 맡았던 동일 인물이 경영 전면에 선 직후, 같은 사업장에서 다시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삼립의 시화공장에서 10일 0시19분쯤 근로자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시화공장에 고용노동부가 감독을 나온 모습. ⓒ연합뉴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삼립 시화공장에서 이날 0시19분쯤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던 20대 근로자 A씨의 왼손 중지와 약지가, 30대 B씨의 오른손 엄지가 각각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컨베이어의 센서 교체 작업을 하던 가운데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사고 예방 의무를 게을리한 정황이 나올 경우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고가 난 시화공장은 이미 반복된 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사업장이다.
지난해 5월에는 50대 여성 근로자가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내부 작업을 하던 가운데 끼임 사고로 사망했고, 이 사건으로 공장장과 생산팀장 등 7명이 불구속 송치됐다. 이어 올해 2월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부상을 입고 500여 명이 대피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 사고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구체적 판단이 불가하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은 상태다.
동일 공장에서 사망과 화재, 중상 사고가 잇따르며 ‘반복 사고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SPC그룹이 추진해 온 안전 투자 및 체질 개선 전략과도 엇갈린다.
SPC그룹은 2024년 말부터 설비 투자 확대를 통해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SPC삼립은 올해 1030억 원을 투자해 청주공장 증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그 뒤 투자 대상을 5개 공장으로 확대하며 노후 설비 교체와 자동화 라인 구축 등 안전 중심 투자 계획을 포함시켰다.
여기에 ‘변화 혁신 추진단’을 구성하고 ‘안전 스마트 공장’ 구축 방안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3천억 원을 투입해 충북 음성에 신규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