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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이 종료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풀리더라도 국제유가가 한동안 내려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1979년 이란 혁명 및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그리고 2003년 발발한 미국-이라크 전쟁 때도 고유가가 지속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호르무즈 해협 열려도 유가 내리기 어렵다 : 미국-이라크 전쟁 등의 역사가 알려준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AI 이미지.

24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해소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 끝나도 위기는 계속된다 - IEA 수장의 경고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각)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란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위기는 1970년데 오일쇼크보다 심각하다"며 "이번 이란전쟁이 불러온 충격의 강도가 워낙 커서 전쟁이 시작되기 전의 정상적 상태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경고가 나오는 구체적 원인으로는 △에너지 인프라의 물리적 복구지연 △해상안보의 불확실성 증대 △공급망 재편 비용 증가 △투자자와 에너지 기업의 불안감에 증산 지연 등이 꼽힌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유전과 항만, 정유시설의 재가동에는 일반적으로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된다. 구체적 기간은 파괴된 설비의 규모와 지질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짐 버크하드 S&P 글로벌에너지 부사장은 15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으로 손상된 유전 생산을 재가동하는 것은 엄청난 기술적 작업"이라며 "공격받은 유전의 경우 저류층의 상태에 따라 완전한 생산 복구까지 수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최근 이란이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바닷 속에 숨어서 공격하는 폭탄)를 부설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해상안보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국제유가를 높이 형성할 원인으로 거론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정상적 상황일 때 하루 약 1900만 배럴의 원유 및 정제제품이 운송되던 통로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이곳을 오갔다.

호주 에너지 전문 매체 디스커버리 얼러트는 14일 분석기사에서 "이란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부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뢰를 제거하는 작업은 선진음파 탐지 장비와 수중 무인 장비를 동원해야 하고, 기뢰를 완전히 제거됐다는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항로 정상화에 시간이 걸린다"고 짚었다. 

이처럼 항로 정상화에 시간이 걸리고 위험성 증대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돼 원유 운반 선박들이 주저하게 되면, 산유국들은 증산을 머뭇거리게 돼 연쇄적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과 미국-이라크 전쟁(2003~2011년)

호르무즈 해협 열려도 유가 내리기 어렵다 : 미국-이라크 전쟁 등의 역사가 알려준다
1979년 이란 혁명 및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촉발된 오일쇼크와 2003년 미국-이라크 전쟁 때도 고유가는 지속됐다. AI 일러스트.

이번 이란전쟁 뒤 고유가를 예측하는 의견들은 20여년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국제유가에 주목한다.

미국은 2003년 3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 당시 국제유가(이하 서부텍사스산 원유가격 기준)는 전쟁 불안감이 반영된 '전쟁 프리미엄'으로 배럴당 37~38달러까지 올라 있었다. 

미국-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뒤 초기에는 '전쟁이 단기에 끝난다'는 기대로 유가가 일시 하락했으나, 이후 이라크 내 유전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다시 상승했다. 

침공 당시 미국 국방부는 전후 2~3년 내 원유 수출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2004년 이라크 원유 생산은 전쟁 전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국제유가는 2003년 배럴당 평균 30달러에서 2004년 40달러, 2005년 60달러, 2006년 75달러로 계단식으로 오르더니 결국 2008년 7월 147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라크 전쟁은 약 6주 만에 후세인 정권이 붕괴됐지만,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이후 5년 동안 계속 쌓였던 셈이다.

미국-이라크 전쟁뿐 아니라 과거 1979년 이란 혁명과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 따른 2차 오일쇼크 뒤 높게 형성됐던 국제유가도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이란-이라크 전쟁에 따른 2차 오일쇼크의 시작은 1978년 이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팔레비 국왕의 친서방 독재에 반발한 이슬람 혁명세력이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을 일으켰고, 이란 석유노동자들도 파업에 가담하면서 하루 600만 배럴에 달하던 이란의 원유생산은 200만 배럴로 급감했다.

이란 석유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생산이 급감하자 배럴당 약 15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12개월 만에 39.50달러로 2배 이상 폭등했다. 실제 원유공급 감소는 전 세계 물량의 약 4%에 불과했지만 공황 심리가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여기에 1980년 9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이란의 이슬람혁명이 이라크의 시아파를 자극할 것을 우려하면서 이란의 원유를 노리고 이란 기습 침공하면서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 이 때 이란과 이라크 두 나라의 유전과 수출 터미널이 잇따라 공격받으면서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안팎의 고점을 이어갔다. 

전쟁이 끝난 1988년 이후에도 유가는 이전 수준으로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가격이 15달러 아래로 안정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하지 않은 소련, 멕시코, 브라질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증산이 본격화된 뒤였다. 이란 혁명이 불붙이고 이란-이라크전쟁이 키운 고유가는 결국 7년 가까이 세계경제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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