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 원칙,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고려아연의 주주총회 안건 일부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놨다.
앞서 다수의 의결권자문사들이 고려아연 안건에 찬성한 것과 다르게 국민연금은 가치 훼손, 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더 힘을 실은 모양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최 회장의 고려아연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지분싸움이 격화한 가운데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자문사들과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결과에 시선이 더욱 몰리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제5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고려아연을 포함한 13개사의 주주총회 안건에 관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제3호 최윤범 사내이나 선임, 황덕남 사외이사 선임, 박병욱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관련해서 의결권 '미행사'를 결정했다.
이 안건은 집중투표제에 따른 이사 선임과 관련된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미행사를 결정한 것은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재선임에 사실상 반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김보영 감사위원 선임, 이민호 감사위원 선임의 건은 '반대'를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미행사와 반대 이유를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고려아연의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등 다른 안건에는 모두 찬성을 결정했다.
정부의 기관투자자의 책임 강화 기조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지닌 국민연금은 13개사 가운데 고려아연을 포함한 7개사의 각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일부에 반대를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국내외 다수의 국내외 의결권자문사의 결정과 상반된 행보이기도 하다. 글래스루이스, ISS, 서스틴베스트 등 지금까지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7곳 가운데 5곳이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각각 40% 안팎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로 평가돼왔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5.20%를 쥐고 있다.
고려아연은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주총회에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주주인 자가 참여할 수 있다. 의결권은 직접 참석 또는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해 행사할 수 있다. 14일 시작한 전자투표는 주주총회 전날인 23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