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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1배 수준에 머무는 대표적 저평가 종목이다. 증권업계는 업황 부진과 이자비용 부담, 계열사 지원 중심의 자본 배분 구조에 대한 의구심 등을 할인 요인으로 지목한다. 

최근에는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원 부담이 다시 부각되면서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둔화와 신용도 하락 속에서 지주사가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을 적극적으로 떠안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사업 재편과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과 주주환원 여력과 기업가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특히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신유열 대표가 각자대표로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를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보는 시각과, 승계 국면과 맞물려 자금 배분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시각이 병존하는 모습이다.

[K-밸류업 리포트] 롯데지주 현금 없어도 롯데바이오로직스엔 집중 투자? '경영상 판단' 명분 불구 '신유열 승계 정당화 포석' 겹치는 이유
롯데지주는 잉여현금흐름을 웃도는 배당과 계열사 지분 취득·출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재무 부담을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구조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연합뉴스

2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잉여현금흐름을 웃도는 배당과 계열사 지분 취득·출자가 계속되면서 재무 부담을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지주는 계열사로부터의 배당에 기반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으나, 배당으로 유입되는 현금보다 투자와 출자에 따른 자금 유출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부족한 재원을 외부 차입으로 메우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아영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지주는 사업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에 기반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지만, 투자 확대와 계열사 지원이 이어지면서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 국면에서는 이러한 취약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재무지표 역시 부담 증가 흐름을 보여준다. 롯데지주의 지난해 9월 말 순차입금 규모는 별도 기준 3조7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5천억 원가량 늘었고, 순차입금 의존도도 43%로 전년도보다 5.2%포인트 상승했다. 

현금창출력 대비 총차입금을 나타내는 총차입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23년 말 6.4배에서 2024년 말 6.5배로 상승한 뒤 지난해에도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 지표가 6배를 넘는 수준이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계열사 투자와 재무 지원이 이어지는 구조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롯데지주는 코리아세븐 유상증자와 롯데바이오로직스·롯데헬스케어 설립 등으로 2022년 약 6900억 원을 투입했고, 2023년에도 롯데케미칼과 바이오·헬스케어·쇼핑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해 4789억 원을 출자했다. 그 뒤 2024년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자산개발에 대한 추가 출자가 이뤄졌고 최근까지도 추가 출자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지주는 2021년까지 그룹 지배력 강화와 계열 지원 차원에서 차입금을 확대해왔다”며 “그 뒤에도 코리아세븐과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참여, 롯데바이오로직스 출자와 롯데글로벌로지스 외부주주 풋옵션 행사 등에 따른 자금 소요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자금 집행이 여러 계열사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한 투자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1680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최근에도 호텔롯데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1500억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롯데지주는 유상증자 외에도 자금 보충 약정을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지원하고 있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 위탁생산시설 건설을 위해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3870억 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상환을 위한 자금 보충을 약정했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까지 4년 동안 지주사와 계열사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이 1조2032억 원에 달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이 자금의 대부분은 송도 메가플렌트 건설에 쓰였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자금 지원이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바이오플랜트 1공장이 2027년 준공될 예정”이라며 “이와 관련된 출자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유열 대표가 지난해 말부터 각자대표에 올라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계열사다. 신 대표는 2024년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과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들어 신 대표의 경영 참여 확대와 맞물려 지주사가 그의 활동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이러한 해석과는 별개로 지주사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인 신사업을 육성하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계열사 투자자금 지원이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재무 부담만 확대되면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로서의 투자 기능이 그룹 전체의 성장 기반 강화로 연결될지, 아니면 자본 배분 효율성 논란으로 귀결될지는 앞으로의 투자 성과와 집행 방식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와 유사한 논쟁은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다. 롯데그룹은 2018년 부실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에 대한 자금 지원을 두고 배임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을 겪었다. 롯데피에스넷은 ATM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 전략을 추진했지만 국내 금융환경과 수익성 한계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은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지원을 이어갔다.

검찰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의 지원을 배임으로 판단했지만, 법원은 계열사 간 공동의 사업 기반과 중장기 전략 등을 고려한 경영 판단 범위로 해석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판결을 두고 ‘계열사 공동이익’ 개념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그룹 차원의 이익을 이유로 특정 계열사의 손실을 다른 계열사가 부담하는 구조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자금 배분의 공정성과 효율성이 충분히 담보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당시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을 지낸 이상훈 변호사는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자금 지원은 합리적 경영 판단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롯데그룹의 롯데피에스넷 지원 사건은 계열사 지원이 경영 판단에 해당하는지, 또는 특정 목적을 위한 자금 집행인지를 가르는 기준을 다시 짚어볼 필요성을 제기한 사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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