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종 소식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촉촉한 황치즈칩이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재출시 요청에 힘입어 추가 생산이 결정됐다. 그러나 재생산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22일 현재까지도 제품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정상가(4480원)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에 웃돈거래가 이뤄지고,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3만 원을 웃돌기도 했다.
오리온 '촉촉한 황치즈칩'(왼쪽),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촉촉한 황치즈칩'. ⓒ오리온, 당근마켓
이 같은 과자 열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단종 이후 소비자 요구로 다시 등장한 제품들은 적지 않다. 농심의 클레오파트라 포테토칩은 1983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생감자칩으로, 짭짤한맛·양파맛·파래맛·바베큐맛 등 다양한 맛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30대에게 익숙한 술게임 “안녕! 클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가는 포테이토칩”이라는 유행어를 통해 바이럴 홍보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난 뒤 해당 제품은 공장 라인 재편과 비용 절감 과정에서 다른 제품군에 밀리며 결국 단종됐다.
농심 '크레오파트라 포테이토칩' 사진. ⓒ농심
하지만 단종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이 제품은 농심 창사 60주년을 계기로 ‘솔트앤김’이라는 이름으로 리뉴얼되어 재출시됐다. 이후 해당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솔트앤와사비’ 등 새로운 맛이 추가로 출시되며 브랜드는 다시 한번 생명력을 얻게 됐다.
반면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귀울음에도 금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제품도 있다.
오리온의 ‘와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와클은 바게트처럼 바삭한 식감과 오묘한 달고 짠 중독적인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더해 CF "와~ 끌려요" 광고로 어린이·청소년층 마니아층도 형성이 됐으나 판매량 감소로 2007년 결국 단종됐다. 이후 15년 뒤 SNS·고객센터 요청이 몰려와 2021년 3월 재출시 후 복고 열풍을 타며 MZ·추억 세대 모두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황금기는 잠시 뿐 리뉴얼 후 맛 변화(인공감미료 강함)와 양 감소 불만으로 판매량은 점차 감소했고 2025년 초 다시 완전 단종됐다.
오리온 '와클. ⓒ오리온
이 밖에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아직 시장에 다시 등장하지 않은 제품들도 존재한다.
해태의 에그몽, 농심의 딸기콘, 롯데의 아우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제품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꾸준히 언급되며 ‘다시 먹고 싶은 과자’ 목록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업의 생산 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처럼 단종 제품을 다시 찾는 흐름은 ‘보이슈머(Voice+Consumer)’의 부상과 맞물려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구매자가 아니라, 제품의 기획과 재출시를 요구하는 적극적인 참여자로 변모했다. 동시에 이러한 현상은 2026년 현재 이어지고 있는 복고 트렌드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특히 장기화된 경기 침체는 이 흐름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고물가와 저성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은 값비싼 신제품보다 익숙하고 부담 없는 가격대의 ‘추억의 맛’을 찾는다. 이는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과거의 안정감을 소비하려는 심리적 선택에 가깝다.
여기에 인구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인 제과업계의 주 소비층이었던 아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 모색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MZ세대의 ‘뉴트로’ 감성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과거의 제품을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층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결국 ‘촉촉한 황치즈칩’을 비롯한 옛 과자들에 대한 수요 증가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변화하는 세대 구조와 시대의 욕망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익숙함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심리, 그리고 그 기억을 현재의 소비로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맞물리며 하나의 시장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