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전쟁으로 급등한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전쟁 당사국인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 국제유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적국' 이란은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AI로 제작한 전쟁 한복판에서 미소 짓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베선트 장관은 19일(현지시각) 여러 외신 인터뷰에서 “며칠 내로 현재 해상에 대기 중인 이란산 원유 약 1억4천만 배럴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유가 급등 상황과 맞물려 나왔다. 이스라엘이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 연안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인근 에너지 시설을 폭격한 이후,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9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조치가 시장 내 실물 공급을 확대해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전략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산 원유를 활용해 오히려 이란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라는 언급도 내놨다.
그가 말한 ‘견제 효과’는 이란 원유의 수출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주로 중국으로 저가에 수출돼 왔다. 그러나 제재가 완화될 경우, 해당 물량이 시장 가격에 맞춰 일본·인도·싱가포르 등 미국의 우방국으로 재배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에너지 확보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 이란은 제재를 피해 운항하는 ‘그림자 선단’을 통해 90% 이상 할인된 가격이라도 이미 중국에 대량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기존 거래선을 굳이 포기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의 제재 해제가 한시적이라 해도, 이란은 정상 가격에 원유를 팔아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단기적이나마 이란의 재정 여력도 확대된다. 요컨대 유가 안정을 위해 전쟁 상대국의 자금줄을 오히려 넓혀주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내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앤디 김 상원의원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더 높은 가스비와 식료품비로 고통받는 미국 가정의 부담을 덜기는커녕,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이란 정권의 재정만 뒷받침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