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 둘리에 영감을 받아 이름이 붙여진 신종 공룡이 학계에 보고됐다. 한국에서 신종 공룡이 보고된 사례는 '코리아노사우루스'와 '코리아케라톱스'에 이어 무려 15년 만의 발견이다.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포스터(왼쪽),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 ⓒcgv_korea 인스타그램/Janet Cañamar, adapted from Jung et al 2026 제공
학명에서 사람의 성(姓)에 해당하는 속명은 ‘둘리사우루스(Doolysaurus)’, 이름인 종명은 '허미나이(huhminae)'. 이번 이름은 '아기 공룡'이라는 특징과 함께 국민 캐릭터 둘리, 그리고 30년 넘게 한국 공룡 연구에 기여해 온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 허민의 이름을 결합해 만들어졌다.
이번 화석은 2023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발견됐다.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와 미국 텍사스대학교(UT Austin) 공동 연구진이 약 3년간 정밀 분석을 진행한 끝에 그 결과가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화석 기록(Fossil Record)'에 게재됐다.
한국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더 많이 알려진 나라다. 한반도는 과거 습지와 호수가 발달해, 공룡 발자국 등이 빠르게 퇴적물에 덮이며 보존되기 좋은 환경적 조건을 갖췄다.
그래서 이번 사례는 한국에서 공룡 두개골 일부가 포함된 화석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공룡의 두개골에는 치아와 턱, 눈, 뇌 구조 등 정체성을 판별할 수 있는 핵심 정보가 담겨 있어 종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또한 식성, 행동, 진화적 특징까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 ⓒJanet Cañamar, adapted from Jung et al 2026 제공
연구에 따르면, 둘리사우르스는 약 2살 정도의 어린 개체로 추정된다. 약 1억 1300만 년 전부터 9700만 년 전 사이 백악기 중기에 살았던 테스켈로사우루스류(Thescelosaurid)에 속하는 공룡으로 보인다. 해당 개체는 아직 어린 단계로 몸길이는 약 1m 수준이며, 성체는 3~4m까지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몸에는 솜털 형태의 깃털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석에서 발견된 위석을 근거로 식물뿐 아니라 곤충이나 작은 동물도 섭취한 잡식성이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룡의 식성을 크게 육식과 초식으로 나누지만, 학문적으로는 잡식까지 포함해 더 다양하게 본다.
이 발견은 공룡이 베링 육교를 통해 아시아와 북미를 오가며 분포와 진화를 확장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로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베링 육교는 과거 아시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땅으로 현재는 바다지만, 당시에는 공룡이 걸어서 이동이 가능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이번 연구는 마치 공룡 세계 지도를 그리는 퍼즐 조각 하나 추가된 것과 같은 일이다.
"'호이! 호이! 둘리는 초능력 내 친구~"
둘리는 1980년대 등장한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 중 하나인 공룡 캐릭터다. 김수정 작가가 1983년 만화 잡지 연재를 시작한 이후 1996년 TV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로 제작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1억 년 전 빙하기 남극에 살던 아기 공룡이 빙하에 갇힌 뒤 현대 서울 강북구 쌍문동 고길동의 집에 머물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렸다.
둘리는 쥐라기 시대 육식 공룡 케라토사우루스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라토사우루스는 ‘뿔이 있는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둘리의 둥글고 하얀 코는 이 공룡의 뿔을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귀여운 이미지와 달리 실제 케라토사우루스는 최대 8m까지 자라는 포식 공룡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설정상 둘리는 육식 공룡으로 그려지며, 어미는 목이 긴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로 묘사된다. 이후 파생 작품으로는 ‘베이비 사우르스 돌리’가 있으며, 성체가 된 둘리가 암컷 공룡 ‘통순이’와 결혼해 낳은 아들 ‘돌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편 한국의 대표적인 유아용 3D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서는 공룡 캐릭터 크롱이 등장한다. 크롱은 아기 티라노사우루스로 설정되어 있으며 "크롱 크롱"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처럼 멸종한 거대 생명체인 공룡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로, 과학적 탐구 대상이면서 동시에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둘리사우루스 사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룡 화석 연구와 대중적 상징이 결합된 사례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