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 공천이 이정현 공관위원장의 주도 아래 ‘반박(반박근혜) 불가’라는 묘한 기류를 타고 있다. 이 위원장이 휘두르는 ‘공천 칼날’에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들이 ‘탈당 후 출마’까지 언급하며 반발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열세에 놓여있는 국민의힘은 공천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내홍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와 공천 일정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정현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 복귀한 뒤 내린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에 당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직인 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한 컷오프 결정을 내린 뒤 후보를 추가 모집하겠다고 밝혔는데 다른 충북도지사 예비후보들이 '김수민 전 의원 단수공천'을 위한 요식 행위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조길형 전 충주시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예비후보 등록을 취소하고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민의힘 충북지사 예비후보인 윤희근 전 경찰청장도 18일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충북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국민의힘을 압도하지 못하는 지역이다.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였던 인물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보수 지지세가 나뉘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예비후보인 신용한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에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장 공천을 두고도 이 위원장이 ‘현역 중진의원 불가론’을 고수하면서 컷오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당내 최다선 중진인 주호영 의원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주 의원은 이 위원장이 중진 컷오프와 용퇴론을 제기하는 것을 두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대구시장 후보에 공천하려는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만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되고 민주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내세워 맞붙는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대구시장 공천 갈등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18일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서 “대구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다”며 “대구 시민들이 보수 정당한테 회초리를 들어야 되겠다 할 때 김 전 총리가 당선될 수 있어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단수공천 결정을 내렸을 때 혜택을 입는 당사자가 오히려 경선을 요구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부산시장 후보의 경우 박형준 부산시장을 컷오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경선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공관위가 경선을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충북지사 후보 내정설이 불거진 김수민 전 의원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북을 위한 미래 비전을 겨루고 싶다. 예비후보들과 경선을 하겠다”라며 공천관리위원회에 경선을 요구했다.
주 의원이나 김 전 의원 등이 단수공천으로 손쉽게 후보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거부하고 경선을 치르려는 이유로는 경선을 통해 지지세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또한 이 위원장으로부터 ‘선택받은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장동혁 대표의 노선과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본선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17개 시도가 있는데 서울하고 부산이 이기면 그래도 선전했다고 할 만큼 저희 상황이 별로 안 좋다”며 “그런데 예를 들어 박형준 시장을 컷오프하고 주진우 의원만 단독으로 세운다 이거는 결선에서, 그러니까 민주당 후보와의 대적뿐만 아니라 흥행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최근 MBN 뉴스와이드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고 해서 당선이 확정되는 게 아니다”며 “석연찮은 이유로 단수공천을 받는다면 유권자들은 후보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지지를 몰아주기 보다는 오히려 ‘장동혁 사람 아니야?’란 평가로 후보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후보들이) 아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위원장의 공천에 반발이 큰 것은 단순히 현역 지자체장이나 중진 의원들을 겨냥했기 때문이 아니라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혁신 공천’을 내세우지만 기준을 적용하는 잣대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절윤’을 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김진태 강원도지사나 박완수 경남지사, 주진우 의원처럼 ‘친윤’(친윤석열) 성향에 가까운 인물들이 오히려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이나 박형준 부산시장 등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됐던 인물들은 과거 반박(반박근헤), 친이(친이명박) 성향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의 공천이 ‘반박 불가’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18일 MBC라디오 뉴스바사삭에서 “이 위원장의 혁신공천이 말이 되려면 잣대가 일관돼야 하는데 단수공천을 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친박(친박근혜)이자 친윤(친윤석열)이다”라며 “이 위원장의 공천은 반박근혜나 반윤석열계에 대해 싹다 복수하는 건데 말이 되는 건가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