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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더를 넘어 신한의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 

"핵심 직무 내 여성 리더 역할을 확대하겠다."

각각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 이야기다. 

하지만 각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내놓은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남성과 여성 사이 평균 처우의 차이는 이런 지주 회장들의 인사가 무색하게 사뭇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19일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KB, 신한, 하나, 우리)와 4대은행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룹의 콘트롤타워인 '지주사'와 만 명이 넘는 직원이 발로 뛰는 '은행' 사이에 남녀 임금 격차가 따로 노는, 극심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확인됐다.

4대 금융 '여성 처우'의 현실 : 진옥동의 신한금융 펜트하우스만 평등, 임종룡의 우리금융 현장만 평등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26년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각 금융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모습.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평균 임금 격차가 곧바로 구조적 차별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적된 불평등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각 금융사의 인사 혁신이 향해야 할 방향을 잡아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 지주사는 '임금 평등 1위' 은행은 '압도적 꼴찌'

가장 극명한 모순을 드러낸 곳은 신한금융이다.

2025년 신한금융지주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등기 임원 포함 남성 직원 대비 여성 직원의 평균임금의 비율(이하 여성 임금 비율)은 2024년보다 7.4%포인트 급등한 81.3%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1만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신한은행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여성 임금 비율은 70.3%에서 70.1%로 하락하며 4대 은행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우리은행(83.6%), 하나은행(80.9%), KB국민은행(80.6%)의 여성 임금 비율이 모두 80%를 상회한다는 것을 살피면 상당히 도드라지는 결과다 .

이러한 수치의 괴리는 '임원 포함 통계'가 만들어낸 맹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원수가 적은 지주사는 고연봉 여성 임원이 한두 명만 합류해도 평균치가 요동치는 '모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은 근무 직원이 1만 명이 넘어가기 때문에 소수의 고액 연봉 임원으로 전체 평균 임금을 끌어올리기가 어렵다. 

실제로 신한지주의 여성 미등기 임원 비율은 2026년 3월 기준 28.6%로 업계 최고 수준이며, 2025년 12월 기준으로도 미등기임원 8명 가운데 여성이 2명(25%)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금융지주는 모수 효과를 통해 비교적 쉽게 여성 평균 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수많은 직원이 근무하는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누적된 과거의 후진적 인사 관행(영업점 수신 창구에 여성이 집중된 현상)을 단기간에 타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구조적으로 입출금 창구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직무에 여성 비율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며, 출산·육아휴직을 쓴 여직원들이 승진에서 배제되는 등 과거의 잘못된 인사 관행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은행의 디지털화 등으로 입출금 창구 직원이 다른 일반 직무로 직무가 변경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점점 해결되어가고 있는 추세에 있지만, 완전한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현장은 평등하지만 '펜트하우스'는 닫혀 있는 우리금융

우리금융은 신한금융과 정반대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은행의 여성 임금 비율은 83.6%로 4대 은행 가운데 1위다. 4위인 신한은행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13.5%포인트에 이른다. 대규모 인력이 근무하는 은행 현장에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직무에도 많이 배치돼있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은행권의 오래된, 후진적 인사 관행을 비교적 빨리 털어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탄탄한 현장의 여성 인재들은 그룹의 심장부인 '펜트하우스'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여성 임금 비율은 72.3%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하나금융(73.2%)보다는 살짝 높지만 신한금융(81.3%), KB금융(79.4%)보다는 확연히 모자라다. 

우리금융지주의 여성 임금 비율 역시 여성 미등기 임원의 비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6년 3월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미등기 임원 10명 가운데 여성은 '0명'이다. 

반대로 2025년 12월 기준 은행 현장에는 20명의 미등기 임원 가운데 4명이 여성으로 25%라는, 경쟁사들(2025년 12월31일 기준 국민은행 13.8%, 신한은행 5%, 하나은행 0%)과 비교해 상당히 양호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현장의 훌륭한 여성 리더십이 지배구조 최상층부의 자본과 전략을 다루는 의사결정 자리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사다리 단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같지만 다른' 개선세, 여전히 남은 '다양성' 숙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주와 은행의 지표가 완만하게 동반 상승하며 전반적 개선세를 보였으나, 두 금융그룹의 세부적 모습은 많이 달랐다.

KB금융은 지주 79.4%, 은행 80.6%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은 지주 73.2%, 은행 80.9%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은행과 비교해 지주의 남녀 임금 격차가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하나은행은 비교적 양호한 남녀 임금 격차 지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기준 여성 미등기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2026년 신년 인사를 통해 2명의 여성 미등기 임원을 신규 선임하며 '여성 임원 0명'의 꼬리표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업무능력과 상관 없이 마치 할당제처럼 여성을 승진시키거나 임원을 달아주거나 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순수하게 업무능력을 평가해도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라며 "여전히 갈 길이 멀긴 했지만 유리천장 타파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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