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너 일가의 3남 김동선 한화 부사장이 이끄는 신설 지주사의 라이프·테크 부문 시너지가 구체적 사업 모델로 구현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매장관리와 유통 운영 효율화 모델이 핵심 축으로 제시되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화비전의 역할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선임된 김기철 한화비전 대표가 김 부사장의 신사업 구상을 실행하는 '최전방'에 서있는 셈이다.
김기철 한화비전 대표이사가 인적분할 뒤 신설되는 지주사의 신사업 구상 실행의 최전방에 서있다. 16일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인적분할로 새롭게 신설되는 지주사의 테크와 라이프 부문 계열사들은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한화비전
16일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테크·라이프 솔루션 부문은 ‘부문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날 구체적 사업 구상을 공개하며 인적분할이 마무리되는 대로 신사업 개발을 위한 별도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설 지주사가 계열사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사례다. 앞서 한화그룹은 일부 계열사의 인적분할과 신설 지주사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문 간 시너지를 활용한 신사업 개척으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업 모델의 핵심은 라이프 계열사 사업 전반에 한화비전의 AI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먼저 단체급식 사업을 운영하는 아워홈 급식장에는 AI카메라가 설치된다. 이를 통해 주방의 위생 상태와 소음,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지해 사고를 막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식자재 발주에는 지능형 자동 발주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매장에도 AI카메라를 도입해 매장 혼잡도와 고객 동선, 방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전략에도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밖에도 식음료(F&B) 사업에는 한화로보틱스의 협동 로봇을 활용한 조리·서비스 자동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매장 운영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유통 효율화 모델이 핵심으로 제시되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화비전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한화비전은 한화로보틱스와 함께 신설 지주사의 테크 계열사 가운데 유통사업과 직접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한화비전은 영상 보안과 클라우드 기술 등 AI기반 지능형 솔루션을,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과 이동로봇 등 공정과정에 필요한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여기에 김 대표가 지난해 3월 비교적 이른 시점에 선임돼 사업 준비를 선제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김동선 부사장은 테크 부문 인적 쇄신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한화비전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사업 기반 정비에 나섰다. 그 뒤 1년 동안 차례로 테크 부문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를 정비했고 올해 한화로보틱스 대표도 공식 선임했다. 한화비전이 라이프 사업과의 접점이 가장 큰 만큼 시너지 전략의 출발점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동선 부사장이 추진하는 신설 지주사 전략의 첫 사업 모델이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김 대표의 역할은 더욱 부각된다. 라이프 부문 계열사 사업장에 AI 기반 운영 모델을 실제로 구현하고 확산시키는 실행 축이 사실상 한화비전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 역시 취임 당시부터 신사업 확대 의지를 강조해왔다. 김 대표는 지난해 취임사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지만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며 “주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가 선임된 뒤 한화비전은 기존 영상보안 장비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AI기반 종합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비전은 그룹 내 테크 계열사들의 AI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맡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2030년까지 매출의 13% 수준을 R&D투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한화비전은 특히 국내 시장에서 제조와 리테일 등 산업 현장에 특화된 ‘AI팩(pack)’ 개발과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기술을 소상공인 매장 운영 환경에 적용한 매장 관리 솔루션 ‘키퍼’를 선보이기도 했다. 키퍼는 단순 보안 기능을 넘어 매장 운영 효율과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으로 설계된 보안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같은 한화비전의 AI 기반 신사업은 신설 지주사의 라이프·테크 시너지 전략과 맞물리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비전의 일부 서비스는 이미 라이프 부문 계열사에 도입돼 실제 사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각 계열사 사업장에서 축적되는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산업별 특화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시 범용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방식의 사업화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비전은 신기술을 우선 라이프 부문 사업장에 적용해 운영 효율을 높인 뒤 현장에서 검증된 모델을 외부 시장으로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 테크·라이프 부문은 인적분할이 마무리되는 대로 별도 조직을 꾸려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신사업 개발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태스크포스(TF) 형태의 조직을 통해 유통과 서비스 사업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신설 지주사는 라이프 계열사가 보유한 사업 현장을 실증 무대로 한화비전이 보유한 AI·로봇 기술을 사업화 수단으로 삼아 그룹 안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키우는 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1995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 경영진단팀을 거친 뒤 한화비전에서 경영기획팀장과 미주법인장, 영업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전략과 기획은 물론 영업과 글로벌 사업까지 두루 경험하며 회사 주요 사업을 폭넓게 담당해온 인물로 꼽힌다.
한화 관계자는 “부문 간 시너지는 신설 지주사(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 그리는 청사진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라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협업을 통해 우리 일상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