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무대는 장애를 이겨낸 기적의 현장이 아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훈련하고 기술을 연마해 온 선수들이 자신의 기록과 싸우는 곳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투혼을 발휘하며 역대 동계 패럴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종합 순위 13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윤지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20㎞ 인터벌 스타트 좌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이날 김윤지는 58분23초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6.3.15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연합뉴스
'스마일리' 김윤지, 설원을 누빈 금빛 미소
별명처럼 밝은 미소로 대회를 빛낸 김윤지(19) 선수는 생애 첫 패럴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거머쥐며 메달 5개를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대한민국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단일 대회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이다.
김윤지가 1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자신이 이번 대회에서 딴 메달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생애 첫 패럴림픽에 출전한 김윤지는 이번 대회 6개 종목에 출전해 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연합뉴스
김윤지 선수는 특히 파라 바이애슬론 12.5km 좌식 부문에서 정교한 사격 실력까지 선보이며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첫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이라는 역사를 썼다. 마지막 경기였던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20km 인터벌 스타트 좌식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했다.
선천적 이분척추증 장애를 가진 김윤지는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노르딕 스키까지 하계·동계 스포츠가 가능한 선수로 유명하다.
휠체어 컬링서 은빛 감동, 두 선수의 '이백퍼센트(200%)' 호흡
휠체어컬링 이용석(왼쪽)과 백혜진이 1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믹스더블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휠체어 컬링에서 백혜진(41)-이용석(35) 조는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16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올랐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휠체어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을 이끈 박길우 감독은 2010년 밴쿠버 당시 혼성 4인조로 출전해 휠체어 컬링의 첫 메달인 은메달을 따냈던 주역이기도 하다.
두 선수는 15년 전 재활원에서 처음 만난 인연이 있다. 팀을 결성한 지 1년 남짓이지만, 두 선수의 성(姓)을 활용한 팀명 '이백퍼센트(200%)'처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경기에서 완벽한 팀워크를 선보였다. 경기 내내 서로에게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설상 위의 쇼트트랙’ 이제혁, 한국 스노보드 첫 메달
스노보드 남자 크로스에 출전한 이제혁이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 파라 스노보드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동메달을 따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연합뉴스
이제혁(20) 선수는 파라 스노보드 크로스에서 대한민국 스노보드 역사상 첫 패럴림픽 메달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잦은 몸싸움과 충돌로 '설상 위의 쇼트트랙'이라 불리는 남자 크로스 결선 레이스에서 캐나다 선수와의 거친 충돌로 위기를 맞았으나 끝까지 중심을 잡고 버텨내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노보드 선수를 꿈꾸던 그는 15살 무렵 스케이트보드 사고로 발목을 크게 다쳤고, 이어지는 후유증으로 왼쪽 발목 장애를 얻게 되었다. 그는 한때 스노보드를 외면했지만,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다시 보드 위에 오를 용기를 냈다. 마침내 그는 꿈의 무대에서 동메달 획득 후 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았다.
가이드의 목소리를 믿고 질주… 부상 투혼 빛난 알파인 스키
한국 최사라 선수가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알파인스키 복합 여자 시각장애 부문 결선 2차 시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속도를 줄이고 있다. 2026.3.10 ⓒ연합뉴스
한국 황민규 선수가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알파인스키 복합 남자 시각장애 부문 결선에서 경기를 마친 뒤 팬들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6.3.10 ⓒ연합뉴스
시각장애 부문 알파인 스키의 최사라(22), 황민규(39) 선수는 부상 속에서도 완주를 향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최사라는 대회 한 달 전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에도 전 종목을 완주하며 7위에 올랐고, 황민규 역시 경기 도중 부상을 입었음에도 6위를 차지했다. 가이드의 목소리를 이정표 삼아 시속 100km가 넘는 설원을 내려오는 두 선수는 질주는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이번 대회에 대한민국은 총 5개 종목에 선수 20명을 포함해 총 56명의 선수단이 참여했다. 2026 동계 패럴림픽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간의 경기들을 마무리하며 4년 뒤 프랑스 알프스에서 만날 것을 기약했다.